나의 애독시(660) : 옛날 우표 / 이대흠


우표.jpg





나의 애독시(660)

 

 

옛날 우표 / 이대흠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그대와 나를 이었던 옛날 우표

 

그건 다만 추억 속에서나 있었을 뿐이지

어떤 본드나 풀보다도

서로를 단단히 묶을 수 있었던 시절

그대가 아무리 먼 곳에 있더라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지

 

혀가 풀이었던 시절이 있었지

사람의 말이 푸르게 돋아

순이 되고 싹이 되고

이파리가 되어 펄럭이다가

마침내 꽃으로 달아올랐던 시절

 

그대의 손끝에서 만져질 때마다

내 혀는 얼마나 달아올랐을까

그대 혀가 내게로 올 때마다

나는 얼마나 뜨거운 꿈을 꾸었던가

 

그대의 말과 나의 꿈이 초원을 이루고

이따금은 배부른 말 떼가 언덕을 오르곤 하였지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듣던 시절

 

그런 옛날이 내게도 있었지

 

 

젊은 사람들이 알기나 하겠어요. ‘그런 옛날이있었지요. ‘뒤돌아보면 머물러 있을 것만 같은 청춘의 갈피 속에 우체부가 간절하게 기다려지던 날들. ‘그런 옛날이있었지요. 하루에도 여러 번 우편함을 열어보던 날들. 그리운 이에게서 오는 편지를 들고 대문에 들어서는 우체부 아저씨가 그리도 반갑고 고마웠던 날들이 있었지요. 다른 우편물들 속에서 얼굴을 내민 그리운 이의 글씨체가 담긴 편지를 두 손으로 받아들고 들여다보면서 편지가 그 사람인 듯 가슴에 꼬옥 안아 보았던 시절, ‘그런 옛날이있었지요. 밀물처럼 차오르는 그리운 이의 숨소리에 두근거리며 얼른 방으로 들어가 풀 대신 로 붙였을 우표에 가만히 입술을 눌러보던 그런 옛날이 있었지요. ‘먼 데 있는 그대에게 나를 태워 보낼 때 / 우표를 혀끝으로 붙이면 / 내 마음도 찰싹 붙어서 그대를 내 쪽으로 / 끌어당길 수 있었지 혀가 풀이 되어 / 그대와 나를 이었던우표를 붙인 편지보다는 메일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과 같은 매체의 발달과 지구 반대편에서도 서로 화상 통화가 가능한 세상에서, ‘기다림과 두근거림으로 기다리던 우표 붙인 편지의 역할을 운위한다는 건 완전 시대에 뒤떨어진 한심한 노릇이 되겠지요. 뭐 그만둡시다. ()

 

전화, 인터넷이 없던 시절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았었지요. 편지 겉봉투에 우표를 침으로 붙여 우체통에 넣던 시절이었습니다. 거리와 상관없이 내 침과 그대의 침이 마음과 마음을 묶어주는 끈이 되었습니다. 침으로 우표를 붙여 보낸 그 편지를 읽으면. 그 사연에 싹을 틔우고 이파리로 키워 다시 침으로 우표를 붙여 보냅니다. 그대의 침과 내 침이 꽃가루처럼 왕래를 하다가 결실을 맺습니다. 혀와 혀로 침을 바르며 오갈 때 그 마음은 얼마나 뜨거웠을까요? 세상에서 가장 맑은 바람이 혀로 들고, 세상에서 가장 순한 귀들이 풀로 뜯던 시절, 누구에게나 있었을 겁니다. 내 혀의 침은 풀이 되어 초원을 이루어 놓고 배부른 말떼를 언덕에 오르게 한 적이 있었던가 하고 돌이켜 보는 일도 괜찮은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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