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54) :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간이식당.jpg





나의 애독시(654)

 

서울역 그 식당 / 함민복

 

 

그리움이 나를 끌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그대가 일하는 전부를 보려고 구석에 앉았을 때

어디론가 떠나가는 기적소리 들려오고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른 채 푸른 호수 끌어

정수기에 물 담는데 열중인 그대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처럼

그냥 웃으면서 밥을 놓고 분주히 뒤돌아서는 그대

아침, 뒤주에서 쌀 한 바가지 퍼 나오시던

어머니처럼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습니다

나는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옵니다

 

 

그대를 보려고 식당 구석에 앉아 있는 시인. 그대가 가져다준 밥. 시인은 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나옵니다. 그대가 어떤 그대인가요.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라고 고백했던 그대입니다. 그런 그대가 밥을 가져다주었으나 나는 그저 밥을 먹고 나옵니다. 술을 가져다주었으면 술을, 상처와 고독을 한 그릇 가져다주었으면 상처와 고독을 그저 달게 받았으리라고 봅니다. 가장 함민복 시인다운 긍정의 힘서울역 그 식당에도 스며 있어 좋습니다.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 박리다 싶다가도 /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그의 대표작인 긍정적인 밥중에서)라고 읊은 바로 그 긍정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연달아 올려놓은 두 편의 시를 다시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랑의 모습들이 있는가 봅니다. 처절한 사랑도 있고 애증으로 가득 찬 사랑도 있고, 그리움으로만 넘쳐나는 사랑도 있겠지요. ‘그대 그림자가 지나간 땅마저 사랑한다고 / 술 취한 고백을 하던 그날 밤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사는 한 남자가 그대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서울역 근처 식당을 찾아갔던 게지요. 사는 일에 고달파진 그녀마치 밥 먹으러 온 사람처럼 밥을 먹고 나오그리움의 남자 사이의 거리가 몇 천 리쯤이나 되는 듯싶습니다. ‘사는 일에 고달픈 여자와 그리움의 여자를 찾아와 손님처럼 밥을 먹고 나오는 남자사이에 서린 그리움이어서 그 파장이 몇 천 리를 가득 채우고도 넘쳐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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