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53) : 서시(序詩) / 이성복


간이식당1.jpg




나의 애독시(653)

 

 

서시(序詩) / 이성복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 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지며 몸 뒤척이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이 시의 주된 정서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지만, 화자의 상황은 다소 어둡게 느껴집니다. 화자는 간이식당에서 늦고 헐한 저녁을 먹고, 낯선 바람이 부는 미끄러운 거리에 나서서 휑하니 비어 있는 골목을, 그리움으로 가득 찬 맞은 편 골목을 바라보고 있군요. 사방은 점점 어두워집니다. 화자는 당신을 부르지만, 그 목소리는 키 큰 미루나무사이에서 춤을 춥니다. 어쩐지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지 않고 나뭇잎 사이로 빠져나가 허공을 맴도는 것 같아 슬프게 느껴집니다. 화자의 일상은 왜 이렇게 허허롭고 정처 없기만 한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그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겁니다. 그리움이란 인간이 가진 숙명 중 아마 가장 아름다운 것임에도 자주 인간을 허탈하고 허무하게 만드는 건 어찌된 일인지요? (펌)

 

맛집도 아니고 진수성찬이 차려진 집도 아니고 간이식당에서 사 먹는 저녁은 쓸쓸합니다. 늦은 저녁인 데다가 헐한 밥값을 요구하는 식당입니다. 익숙한 거리도 아닙니다. 게다가 비가 왔을까요, 거리는 미끄럽기까지 합니다. 삶이 쉽지 않다는 표현이겠지요. 나는 외로운 시인입니다. 사람들이 언제쯤 나를 알아봐 줄까, 걱정이 앞섭니다. 모퉁이만 돌면 되는데 그게 어렵습니다, 정처 없습니다. 새 소리 들리고 서서히 어두워져 갑니다. 그 사이로 나는 당신을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마음이 한량없습니다. 그래도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나뭇잎들 반짝이며 춤춥니다. 가난한 시인의 노래입니다. 그의 길은 정처 없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시를 읽어봐 준다면 그런 걱정은 사라질 일입니다. 그때는 새소리 들리고 몸 뒤트는 풀밭에서 내 목소리도 춤출 일입니다. 서시는 시집의 처음 시작입니다. 시집 남해 금산의 전체적인 흐름을 드러내는 시이기도 합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날은 이렇게 문득 다가옵니다.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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