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22) : 두만강 푸른 물 / 이대흠


강물4.jpg



나의 애독시(622)

 

 

두만강 푸른 물 / 이대흠

 

 

파고다 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색소폰 연주자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 대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색소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색소폰 속에서 하늘 한 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그 색소폰 소리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나무 잎새들 노오랗게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색소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 오래도록 색소폰을 불었네

 

 

 

김정구가 부른 대중가요 <두만강> 때문에 두만강 푸른 물은 이제 우리에게 하나의 관용적 표현이 되어버렸지요. 이 비()시적이고 딱딱하게 굳은 두만강 푸른 물이 시인의 손에 의해 서러움과 눈물겨움의 서정으로 출렁출렁 거립니다. 비 오는 일요일 오후 파고다 공원, 늙은 색소폰 연주자의 소리가 푸른 물로 변주되어 그 소리를 들으려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이나 이 시를 읽는 독자들의 가슴을 모두 물에 젖게 만들고 마는군요. 아니, 그의 시마저 온통 푸른 물에 젖어 출렁대고 있네요. <두만강 푸른 물>을 온몸으로 불고 있는 늙은 색소폰 연주자의 낡고 한없이 무너져 보이는 그 과장된 모습에서 우리는 일차적으로 피에로의 그것을 느끼지만, 그 앞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왜 눈물을 글썽거리며 그와 하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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