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19) :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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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19)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 이정하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당신을 보내고 난 후에야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신이 떠나고 난 자리에 바람이 불고, 비 내리고,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꽃은 피지 않았습니다.

낙엽지고, 어둠이 내려 앉았지만

해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가까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며칠 못 보아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를 떠나간 당신을

나는 끝내 떠날 수가 없었음을.

당신은 나를 버릴 수 있었지만

나는 끝내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을.

 

내 안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

이제는 나조차도 꺼내기 힘든 당신,

아아 하필이면 나는

당신을 보내고 나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는지,

단 하루도 당신 없이 살아낼 수 없다는 것을.

 

 

사랑의 감정이란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떨어져 잡을 수 없을 만큼 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부풀어 오르게 되나 봅니다. 떠나고 난 뒤에야 알게 되다니요, 이보다 더 슬픈 일도 없겠네요. 하필이면 이제 다 끝난 마당에 깨닫게 되다니요. 세상에서 뼈아픈 후회가 바로 이럴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는지요.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온정신을 모아 기다리는 마음이 되겠지만, 이미 떠난 그 사람은 저만치 다른 길로 부지런히 걸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젊었을 때 뼈아프게 느꼈던 감정을 이제는 남의 일인 듯 돌이켜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그려. 허나 많은 세월 흘러 지금 온통 허망함뿐인데 그때 그 감정을 온전히 돌이키면 뭐 하시겠시유? 다 헛되고 부질없는 짓이로구만요!

 

나는 늘 너무 늦게 느꼈어요. 언제나 지나고 난 뒤에 후회하고 한탄하는 겁니다. 하지만 세상에 돌이킬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법이지요. 그대를 사랑하는 일에도 나는 미련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내가 그대를 그렇게나 사랑하는 줄 몰랐습니다. 그저 좋아하고 편한정도였지, ‘없으면 못 산다하는 정도는 아닌 줄 알았습니다. 막상 그러다 떠나고 난 뒤 이게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막막함. 그리고 아찔함. 같은 꿈을 되풀이해서 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아아 이미 떠나고 난 뒤였습니다. 나는 왜 이제야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요. 언제나 지난 뒤에 후회해 보지만 되돌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언제나 후회막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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