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17) : 겨울나무 / 하청호

겨울나무.jpg




나의 애독시(617)

 

겨울나무 / 하청호

 

 

겨울 숲에 서면

기도하는 나무를 본다.

 

잎새의 반짝이는 몸짓도

떠나 보내고

온갖 풀벌레들의 재잘거림도

비워 버리고,

 

떠나간 모든 것들을 위해

외곬로만 우러러 기도하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어쩌다

별빛 고운 날이면

흔적만 남은 아이들의 눈망울을

별들 속에 헤아리고

 

이제 모든 것을 주어 버리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어머니 같은 나무를 본다.

 

이 겨울

혼자서 북풍을 맞고 서서

기도로 지새우는

은혜로 선 겨울 어머니를 본다.

 

 

 

겨울 숲에 가본 적이 있나요? 늘 푸르던 나무들도 푸르름이 어둡게 가라앉고, 잎이 진 나무는 앙상한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서 있는 겨울 숲 말입니다. 이 시는 그런 겨울 숲을 떠올리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올 겁니다. 우리들은 나무의 푸르름을 좋아하고, 꽃과 열매만 귀하게 여깁니다. 빈 몸으로 서 있는 겨울나무의 희생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지요. 이 시를 읽으면 나무로 상징되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슴 가득히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주고 또 주고, 이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어머니 말입니다. 시인은 이 겨울나무를 어머니 마음에 빗대고 있습니다. ‘이 겨울 / 혼자서 북풍을 맞고 서서 / 기도로 지새우는 / 은혜로 선 겨울 어머니를 본다.’에서 이 시와 시인이 말하려는 핵심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른 시인의 겨울나무를 보면이란 시를 덧붙입니다.

 

 

겨울나무를 보면 / 강세화

 

겨울나무를 보면

일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한 생애를 마주한 듯하다.

 

나이에 대하여

부끄럽지 않고

섭섭해하지 않는

풍모를 본다.

 

집착을 버리고

욕망을 버리고

간소한 마음은

얼마나 편안할까?

 

노염타지 않고

미안하지 않게

짐 벗은 모양은

또 얼마나 가뿐할까?

 

겨울나무를 보면

옹졸하게 욕하고

서둘러 분개한 것이

무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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