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08) : 삼각산 밑에서 / 신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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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08)

 

 

삼각산 밑에서 / 신석초

 

 

이 산 밑에 와 있네.

,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곳에 있네.

 

꽃이나 술이나에

묻히어 살던

도연명이 아니어라.

 

어느 땅엔들

가난이야 없으랴만

마음의 가난은 더욱 고달파라.

 

눈 깨면 환히 열리는 산

눈 어리는 삼각산 기슭

너의 자락에 내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으리.

 

소스라쳐 깬 하늘 같은 것

출렁이는 바다 물결 같은 것

깊고 또 높은 것이여.

 

이 산 밑에 와 있네.

,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곳에 있네.

 

 

이 시는 자연의 품에 그리움과 아쉬움 모두를 담아 두고 살아가고 싶은 소망을 표현한 작품으로 보면 되겠는지요. 독백적인 회화체로 간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인데, 시인의 담백하고 청아한 생활 자세가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지요. ‘도연명은 아니어라.’라는 도연명이 국화와 술을 사랑한 나머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간 것에 비교하여, 시인은 그보다 더 담백하고 청아하게 자연을 벗하며 살겠다는 뜻이 담긴 함축적인 표현이 아닐까요? 삼각산을 바라보며 그 정취 속에서 단아한 심신으로 살겠다는 시인의 뜻이 담긴 이 시에서 우리는 한 폭의 맑은 산수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으신지요?

 

삼각산(三角山)은 서울 북쪽에 위치한 북한산의 별칭으로, 최고 높이 837m의 백운대와 인수봉(811m), 만경봉 또는 국망봉(800m)이라는 세 봉우리가 솟아있어 불리게 된 이름이지요. 고려시대부터 삼각산으로 통용되었다 하는데, 우리에게는 1636년 발발한 병자호란(丙子胡亂) 때의 3학사로 알려진 김상헌(1570~1652)이 볼모로 잡혀가며 눈물로 노래한 가노라 삼각산아라는 시조를 통해 친숙한 명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에 들어 한강 이북에 위치한다고 해서 붙여진 북한산(北漢山)이라는 명칭이 자주 쓰이면서, 지금 일반인들에게는 삼각산이라는 이름이 잊혀져 가는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는 삼각산 밑에서 아름다운 산을 바라보며, 고달픈 현실을 위안하고 평화를 주는 자연 속에서 묻혀 살고 싶은 소망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에서는 삼각산을 제재로 하여, 자연 속에서 자연을 있는 그대로 두고 바라보면서 자연과 동화되려는 객관적인 자세가 나타납니다. 특히 혼란기 중국의 유명한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을 인용하며, 자신이 바라보는 자연은 속세의 번뇌를 잊고자 현실 도피하려는 자세가 아님을 명확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망하는 삶의 자세는 따라서, 자연의 넓은 품속에 자신의 그리움과 아쉬움을 모두 담아두고 각박한 현대사회에 순응하며 살겠다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요즘처럼 습하고 무더운 날에는 우리도 잠시 자연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동화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듯하지 않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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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건석
    • 2026.02.25 19:15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수리하는 동안 며칠  쉬어가겠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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