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62) : 승무(僧舞) / 조지훈


승무4.jpg




나의 애독시(562)

 

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에 황촉(黃燭)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승무라는 불교 무용을 소재로 하고 있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시이지요. 승무를 통해 인간 번뇌가 종교적으로 어떻게 승화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조지훈 시인의 유명한 시입니다. 승무(僧舞)란 불교 의식에서 승무복을 입고 북채를 들고 가락에 맞춰 추는 춤으로서 수행 과정의 고통과 번뇌를 잊으려는 몸부림과 소망이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 시는 승무의 단순한 동작, 아름다움을 묘사한다기보다는 그 속에 담겨있는 번뇌를 이기려는 안타까운 소망을 구상화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일제 시대에 발표된 시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우아하고 순수한 우리 말을 시어로서 아름답게 살리고 있는지 다만 경탄스러울 뿐입니다. 춤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종료에 맞춰 표현이 전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승무를 추기 전의 여승의 차림새와 인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되며, 춤이 시작되면 장삼을 휘두르는 모습과 날렵하면서도 사뿐히 휘도는 춤동작이 형상화 됩니다. 그런 다음 춤의 율동 속에서 여인의 내면세계를 포착하고, 다시 외면의 묘사와 감동의 여운을 그리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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