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59) : 저녁눈 / 박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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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59)

 

 

저녁눈 /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이 시는 입을 모아 격찬하는 명품에 해당하는 시입니다. 허나 시 읽기를 좀 즐기는 사람조차도 쉽게 친숙한 느낌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함축미를 지닌 그의 표현력에 덜 익숙해진 탓이지요. 4행 구성이지만, 자세히 보면 행 구분이 아니라 연 구분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또 잘 보면 네 줄의 전반부는 모두 늦은 저녁 때 오는 눈발은의 형태로 시작되고 있어 매우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죠. 하지만 네 줄이 똑같이 시작되는 게 오히려 무슨 재미있는 동요를 부르는 듯한 즐거움을 주지요. 읽는 이로 하여금 눈과 관련된 여러 가지 즐거웠던 추억을 되살려내는 신비한 힘을 지닌 듯하지 않는가요? 이 시는 그 뜻과 음률 감각을 즐기며 고즈넉이 음미하는 자세로 읽어가다 보면, 그야말로 희고 깨끗한 눈처럼 투명하고 담백한 심정이 되는 것이지요. 이 시를 읽으면 허름한 말집(추녀를 사방으로 삥 두른 집)에 앉아 탁배기를 한 잔 하고 있는 시인이 보이는 듯하고, 말집에는 마차꾼과 지게꾼이 붐비고 있고, 먼 길을 터벅터벅 걸어온 나귀와 노새가 급한 숨을 내쉬느라 투루루 투레질을 하고, 누군가는 구유에 내놓을 여물을 써느라 작두질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해는 떨어지고 추운 밤은 오는데 눈발은 삭풍에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있고, 그는 호롱불 불빛을 받으며 떠도는 눈발을, 여물 써는 소리처럼 내리는 눈발을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그림이 그려지지요. 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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