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46) :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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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46)

 

성탄을 쉬흔 번도 넘어 / 구상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 모시고 있어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

지극히 높은 데서는 천주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좋은 사람들에게 평화

그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귀먹어 지내고 있읍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십자가로 완성하신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부활만 탐내고 바라고 있읍네.

 

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여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

 


시 제목을 보면 시인이 나이 쉰 살을 넘어 쓴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는 대개 팔순이 넘었으니까 시인이 이 시를 쓸 때보다 더 많게 성탄을 맞이했네요. 신자인 저로서도 그분의 무한한 사랑에 얼마나 순수한 환희로 답했는지 모르겠구요. 그분의 고난의 생애를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분께 대한 진정한 찬미와 축복은커녕 내 삶의 안일을 위해 기도드렸던 것이 아닌가 되돌아봅니다. 예수님께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다는 걸 다만 동화 속의 얘기처럼 생각하며 ‘Merry Christmas’라는 말을 하는 날로 여겼던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예수님의 탄생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을 드러낸 가장 확실한 표징인 것이지요. 정말로 거듭 태어나지 않고선 십자가로 완성하신 그 무한한 사랑을 어찌 제대로 깨우칠 수 있겠는지요. 성탄 본래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 봅니다. 아래와 같이 기도 드려야겠어요. ()

 

성탄절의 기도 / 정연복

 

사랑을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착하고 아름다운

아기 예수여!

 

지금 나의 몸

죄로 붉게 물들어 있고

 

지금 나의 가슴

사랑의 샘이 메말랐으니

 

가엾이 여겨

한시바삐 나를 찾아오소서.

 

나의 마음속에

들어오셔서 떠나지 마소서

 

나의 가슴속에서 날마다

사랑의 신으로 태어나소서

 

내 생의 하루하루가

성탄절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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