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45) :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성탄절2.jpg



나의 애독시(545)

 

성탄제(聖誕祭) / 김종길

 

어두운 방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마지막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聖誕祭)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성탄일 무렵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그립게 노래하고 있네요.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은 흔치 않은 시절에 이런 작품이 있다니! 성탄절 가까운 어느 겨울날, 서른 살 화자는 내리는 눈의 감촉을 통해 옛날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떠올리고 있어요. 어린 시절, 화자가 열병으로 앓아 누워 있을 때, 아버지께서 해열제로 구해 오신 산수유 열매를 떠올리며 아직까지도 아버지의 사랑이 내 핏속에 녹아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산수유 열매가 아버지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이죠. 지금은 돌아가시고 계시지 않는 아버지에 대해 강한 그리움으로 과거를 회상합니다. 어두운 방안, 바알간 숯불, 외로이 늙은 할머니, 펑펑 내리는 하얀 눈, 붉은 산수유 열매, 이마에 느껴오는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이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 고마우신 아버지!! ()

 

다 잘 알다시피 성탄제(聖誕祭)’란 예수가 탄생한 크리스마스를 가리키지요. 기독교에서 예수는 인간의 원죄를 사하기 위해 화목제로 자기 한 몸을 희생했다고 하지요. 죄 없는 어린 양인 예수가 속죄양이 되어 자기 몸을 바쳐 사랑을 실천한 행위에 대해 우리는 사랑의 참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 이 시는 그 제목과는 달리 기독교와 별로 관계없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기독교인들이 하느님 아버지의 큰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고 깨닫게 되듯이, 이 시에서 시인은 성탄제 무렵에 자기를 낳은 아버지의 사랑을 새롭게 느끼고 아버지와 시적 자아의 새로운 만남을 발견하게 됩니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인심과 삭막한 도시 문명 속에서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찾아본다는 것은 삶의 근원적 본질이 어디에 있는가를 점점 더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듭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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