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40) : 12월 / 임영조


12월9.jpg




나의 애독시(540)

 

 

12/ 임영조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 곧12월 말이 되겠지요. 올해도 정신없이 살아온 한해였지요? 우리에게 주어진 365일의 시간을 다 보낸 지금 감회는 어떻습니까요? 겨울바람이 칼칼해서 정신이 나기도 하지만, 마음이 공연히 바빠지지요. 허둥지둥 오다 보니 골목 끝에 다다랐네요. 한해의 드라마가 막 막()을 내리려고 하지요. 시계를 보며 괜히 서성거리게 됩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 보면 아쉬움 투성이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는 것, 생각하는 것, 행동하는 것, 그 어느 것 하나 죄 지지 않은 것이 없어서 깊이 참회했다고 합니다. 시인은 지금 뒤돌아보지 말자고 합니다. 어느 시인이 말하기를 과거는 죽음 뒤의 뼈와 같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많이 매달리는 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요. 이쯤에서 우리도 미움이나 증오에 마침표를 찍어야 되겠지요. 중요한 건 지금이고 아직 오지 않은 눈부신 미래입니다. 아니 더 중요한 건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찬란히 빛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입니다. ()

 

연말이 되어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항상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많은 것이 우리들 마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좀 더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일 사랑을 다 주지도 받지도 못했던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면 12월은 그저 착잡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작게나마 보람을 얻고 삶의 변화를 얻고 가족의 사랑을 확인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감사의 기억들을 하나 둘씩 꺼내어보는 12월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와 기쁨의 열매 단 하나라도 있다면, 또한 그것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꿈을 새해에 씨 뿌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원망과 억울함과 답답함을 다 내려놓고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지켜준 모든 섭리와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 인사 한 마디를 보낼 수 있는 연말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힘찬 새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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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요. 건석형 덕에 눈도 귀도 마음도 풍성히 지낼수있었네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편총통 덕에 친구들 가끔씩 만나며 얘기풍년, 맛집풍년... 한해가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ㅡㅡ
    올해도 주역으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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