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30) : 한 / 박재삼

감나무1.jpg



나의 애독시(530)

 

 

/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내 마음 사랑의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내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는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내기는 알아낼는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

 

 

먹는 대상으로서의 감이 아니라 나무에 달린 관상(觀賞)의 대상으로서 감을 생각해야 되겠네요. 시인에게 사랑을 나무에 비유하면 감나무가 되는 것이지요. ‘제대로 벋을 데가 저승밖에는 없는나무입니다. 이승에서는 다 못할 사랑 아닌가요. 게다가 그 사람의 등 뒤로나 벋어나가는 혼자의 사랑입니다.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 마지막으로 휘드려지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의 빛이 되는 사랑은 ()’에 다름 아닙니다. 그런 깊은 눈으로 얻어낸, 누구나 할 것 없이 사랑은 아픔일지 모른다는, 질문이며 동시에 독백인, ‘그 사람도 이 세상을 /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 그것을 몰라, 그것을 몰라!’라는 부분의 리듬도 한번 생각해 보시고, ‘그것을 몰라,’그것을 몰라!’ 사이에 흐르는 침묵과 속울음과 아득함을 눈을 감고 느껴보시지요. ()

 

이 시는 세상을 떠난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감나무를 매개로 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붉은 노을빛으로 익어가는 을 통해 사랑의 서러움을 드러내고, 벋어가는 감나무의 가지를 통해 그 사람에게 다가가고 싶은 소망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 사람을 찾아 저승까지 간다고 해도 그 사람이 자신의 사랑을 알아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러움을 느끼고, ‘그 사람역시 설움으로 세상을 살다가 죽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면서 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감나무라는 자연물을 매개로 하여 화자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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