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22)

♬ 신혼(新婚) / 장철문

아내의 몸에 대한 신비가 사라지면서

그 몸의 내력이 오히려 애틋하다

그녀의 뒤척임과 치마 스적임과

그릇 부시는 소리가

먼 생을 스치는 것 같다

얼굴과 가슴과 허벅지께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오래 전에

내 가슴께를 스적인 것이 만져진다

그녀의 도두룩하게 파인

속살 주름에는

사람의 딸로 살아온 내력이 슬프다

우리가 같이 살자고 한 것이

언젠가

◑ 갓 신혼살림을 차렸을 때는 깨소금 냄새가 난다고 하지요. 그런데 사노라면 반려자에 대한 감정이 들쑥날쑥해지고, 삶의 길에 군데군데 놓여 있는 수렁과 웅덩이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부부 관계가 겉보기에 자연스럽고 화려해 보여도 속으로 보면 사실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구요. 그래서 자주 깊은 곳을 살펴야 어긋나지 않아 평화로운데 그게 그리 쉽지 않은 노릇이지요. 우리가 같이 살자고 한 것이 정말 언젠가 싶은 생각이 들지요. 자식 놓고 엄마로서, 혹은 부인으로서 살아온 내력이 만든 주름살을 보면 짠한 비애(悲哀)에 들기도 하고요. 따뜻한 연민(憐憫)이야말로 부부가 나눌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포옹이라고 합니다마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