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21) : 호수 /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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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521)

 

호수 / 문병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무수한 눈길의 번득임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사랑해버린 다음

비로소 만나야 할 사람

비로소 사랑해야 할 사람

이 긴 기다림은 무엇인가.

 

바람 같은 목마름을 안고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

비로소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여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여

 

 

사랑에 대한 짤막한 정의도 많지만, 이 시인은 기다림으로 풀이하고 있군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난 그 끝에 만나야 하는,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에 대한 기다림 말입니다. 그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긴 여정,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군요. 그 기다림의 끝 이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군요. 허나 그런 깨달음은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고 무수한 사람들의 어깨와 무수한 눈길 다 지나고 시간의 변두리로 물러나 혼자 있게 되었을 때,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선 그런 순간에 비로소 만나게 되는 깨달음이겠지요. ‘모든 사람과 헤어진 다음’, ‘모든 사랑이 끝난 다음비로소 만나게 되는 것이라고 하니 저로서는 도무지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아요. 시의 제목 호수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아 궁금하구요. 암튼 도대체 얼마나 기다려야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갖게 되는 것이며, 얼마나 되는 긴 기다림후에 만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그리움만 품고 살다가 죽으면 뭐 하는겨? 그게 사랑인겨?

 

사람은 이성적 동물이지만 또한 감성적 동물이지요. 이성과 감성이라는 단어보다는 머리와 가슴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우리는 늘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의 만남은 머리를 통한 만남입니다. 그러한 만남이 많아질수록 가슴은 허전해집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가슴을 채워 줄 수 있는 포근함을 그리워하게 됩니다. 그 가슴의 타오르는 목마름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호수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깊으면 깊을수록 호수와의 만남은 그만큼 큰 기쁨으로 다가옵니다. 지나온 세월의 갈증을 한번에 해소해 줄 수 있는 커다란 호수. 그것은 지나간 사랑과 새로운 사랑이라는 차이 정도가 아닌 헛되게 살아온 세월과 참 세월의 차이일 거예요. 머리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진짜 사랑입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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