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512)

♬ 빨강 아니 노랑 / 오규원

빨강

아니

노랑

아니

주황

아니

별 같은

아니

달 같은

아니

아니

나비 같은

가을

나뭇잎들.

◑ 여러 색깔과 모양으로 어우러진 가을 나뭇잎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리고 있지요. 단순하고 천진한 진술인 듯하지만, 가을 나뭇잎들의 아름다움과 정서가 잘 표현되어 있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빨강인 듯하면서도 빨강도 아니고 노랑인 듯하면서도 또 노랑도 아니지요. 그런가 하면 별 모양인 듯하면서도 그게 아니고 달 모양인 듯하면서도 그게 아니지요. 어떻게 보면 그건 다 같고 또 제각기 다르지요. 우린 단순함이나 천진함이 사물의 핵심에 쉽게 접근한다는 사실을 깨닫곤 하는데, 이 시가 보여주는 단순한 천진함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제대로 전하고 있다고 여겨지지 않습니까요? 아니면 관두고.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