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2) : 바다가 내게 / 문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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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42)

 

 

바다가 내게 / 문병란

 

 

내 생의 고독한 정오에

세 번째의 절망을 만났을 때

나는 남몰래 바닷가에 갔다.

 

아무도 없는 겨울의 빈 바닷가

머리 풀고 흐느껴 우는

안타까운 파도의 울음소리

인간은 왜 비루하고 외로운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을 울려야 하고

마침내 못 다 채운 가슴을 안고

우리는 왜 서로 헤어져야 하는가.

 

작은 몸뚱이 하나 감출 수 없는

어느 절벽 끝에 서면

인간은 외로운 고아,

바다는 모로 누워

잠들지 못하는 가슴을 안고 한밤내 운다.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한데 섞어 눈물 지으면

만남의 기쁨도

이별의 아픔도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

 

사랑은 고도에 깜박이는 등불로

조용히 흔들리다

조개 껍질 속에 고이는

한 줌 노을 같은 종언인가.

 

몸뚱이보다 무거운 절망을 안고

어느 절벽 끝에 서면

내 가슴 벽에 몰아와

허옇게 부서져 가는 파도 소리

 

사랑하라 사랑하라

아직은 더욱 뜨겁게 포옹하라

바다는 내게 속삭이며

마지막 구석까지 채우고 싶어

출렁이며 출렁이며 밀려오고 있었다.

 

 

 

젊은 시절엔 곧잘 절망에 빠지지만 그에겐 바다가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닙니다. 사랑의 이별이란 절망을 겪은 후에 찾아간 추운 겨울 바다는, 인간은 고독한 존재임을 자각시켜 줍니다. 그러나 너를 울린 곡절도, 사랑의 업보도 / 한데 섞어 눈물지으면 / 만남의 기쁨도 / 이별의 아픔도 / 허허 몰아쳐 웃어 버리는 바다에서 바다는 비로소 치유(治癒)의 효과를 주는 바다로 변합니다. (이 연()이 넘 맘에 들어 거듭 되뇌어 봅니다.) 바다에서 자란 사람들은 바다를 규칙적으로 보지 않으면 숨이 막힌다고 하지요. 서울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저에겐 바다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 때로는 간절히 찾아가 보고 싶은 곳이지요. 에라, 정 안 되면 전철이라도 타고 가 인천 앞바다라도 보고 출렁거림을 안고 돌아와 누군가(?)뜨겁게 포옹이라도 해버릴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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