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9)

♬ 오월 /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비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 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 어느새 5월이 또 다가오고 있습니다. 5월의 문을 열기 전에 짤막한 두 편의 시를 전합니다. 좋은 서정시는 우리의 가슴을 씻어 주어 맑고 밝게 해주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봄에는 찔레꽃도, 햇살도, 멧새들도 화창한 봄의 기운을 더하고 있고, 청보리 밭에선 보리들이 즈이끼리 물결치며 봄기운 넘치는 생명력을 자랑합니다. 봄의 맑고 밝은 소리가 지금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 아, 오월 /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걸음으로 건너오면

아,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 신록의 달 5월의 초록 빛깔을 맞이하는 마음의 발랄함이 마구 탕탕 튀어 오릅니다. 아으! 남성인 나도 미니스커트 입고 선글라스 끼고 싱싱한 잉어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져!! 몇 줄 안 되는 시가 어째서 이렇게 선연한 그림을 그리게 하는지요? 시각과 청각 이미지가 기막힐 정도로 잘 엮여져 있는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는 그 중 눈에 띄지요. 서울에서 낳고 자라 그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기에 그 소리의 짜릿함을 모르는지라 어떻게 하면 그 소리에 대한 느낌을 살려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