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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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2-2)

 

 

72-2

 

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이 곡은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게 단조로 작곡된 곡입니다만, 원래 고전주의 시대는 장조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의 예술적 이상은 작곡가를 포함한 인간의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순도 높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상의 삶은 미천하지만, 예술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으며, 장조는 그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였습니다. 모차르트는 이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에 답답함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둘러싼 척박한 현실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욕구를 가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가 작곡한 몇 안 되는 단조의 곡을 들으면 이런 열망이 느껴집니다. 모차르트는 단조곡을 통해 자기 시대를 뛰어넘어 앞으로 다가올 낭만주의를 예고했습니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뚜벅뚜벅 역사 속으로 걸어오고 있는 낭만주의의 발소리를 듣곤 합니다. 모두 27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20번은 음악적으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곡입니다. 이 곡은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극적입니다. 당시만 해도 피아노 협주곡 하면 밝고 경쾌하고 가벼운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모차르트는 이런 고정 관념을 완전히 뛰어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곡은 스케일 면에서도 고전 협주곡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가 1악장 도입부를 연주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마치 교향곡을 듣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관현악 파트가 피아노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완전히 하나의 독립체로 피아노와 대등한 입장에서 음악을 주고받는 것입니다.

 

  이 곡의 2악장만은 다시 부연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양의 한 철학자는 신 앞에서 바흐의 곡이 연주되고 있는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천사들이 모이면 언제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즐기리라는 것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처럼 정말 모차르트의 음악은 천사의 음악처럼 티 없이 맑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로망스>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2악장은 가장 완벽한 형태의 아름다움을 보여 줍니다. 한없이 늘어지거나 우울한 낭만주의의 로망스와는 달리 모차르트의 로망스는 듣는 사람의 얼굴에 따스한 미소를 떠오르게 합니다. 이 곡은 모두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부분의 멜로디가 로망스라는 부제와 어울립니다. 천사의 천진난만한 미소, 연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눈길, 아기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손길같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입니다. 그러다가 돌연 악상이 바뀌어 빠른 템포의 격렬한 패시지가 나옵니다. 이 대목은 앞에 나왔던 부드러운 로망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그렇게 한동안 격렬하게 연주하다가 다시 처음의 로망스로 돌아옵니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몇 개 안 되는 음으로 이루어진 그토록 단순한 악상에서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 곡은 아름다운 음악에 반드시 그렇게 많고 복잡한 음들이 나올 필요는 없다는 것, 진정한 아름다움은 절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서른여섯 나이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가 음악사에 남긴 최고 업적이라면 단연 피아노 협주곡일 것입니다. 고전음악의 정수인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모차르트가 보여 준 우아하고 세련된 작곡기법은 서양 음악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가까이는 베토벤이 다섯 개 피아노 협주곡을 통해 그러한 변화의 흐름을 이어받았고 이는 후대 낭만주의 협주곡의 모태가 되어주었습니다. ‘협주곡이라는 뜻을 가진 콘체르토(Concerto)’는 관현악이 함께 어울리면서 독주 악기로 하여금 화려한 기교를 충분히 발휘하게끔 지어진 소나타 형식의 악곡입니다. 원래 이 말은 투쟁하다’, ‘논쟁하다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탈리아어로 넘어오면서 조화시키다’, ‘일치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음악 용어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크 말기 콘체르토 양식이 전기 고전주의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작곡가는 안토니오 비발디였습니다. 그는 독주 악기와 현악기를 다양하고 자유롭게 배치하여 새로운 음색을 도모하였습니다. 우리는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에서 이러한 음향을 만드는 그의 탁월한 역량을 느껴 볼 수 있습니다. 그가 보여준 논리적인 곡 진행과 간결하고 명료한 주제와 형식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와 그 이후 음악가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별히 바흐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 빠르게-느리게-빠르게의 일반적 3악장 구조를 사용하여 기초 3화음에 의한 주제와 반복되는 리듬을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후기 바로크에서 고전주의로 가는 과도기에 로코코 양식이 발전하면서 음악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특이할 점은 이때 선율이 한층 복잡해졌고 음악을 구성하는 개념이 크게 변화한 것입니다. 이제 작곡가들은 감정에만 호소하는 구식(舊式)을 버리고 악기의 장점을 최대한 실현하는 데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한 악장 안에서 다양한 장치를 만들었고, 많은 장식음을 선율에 도입하여 더욱 화려해진 음악 어법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발디, 바흐 등의 전통을 이어받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은 그러한 맥락 속에서 새로운 형식의 콘체르토를 완성한 것입니다.

 

  모차르트에게 피아노는 악기 중의 악기였습니다. 쳄발로와 클라비코드는 모차르트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악기였고 그는 어른이 되면서 피아노의 전신인 피아노포르테를 알게 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그는 평생을 함께해 온 건반악기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의 장점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고 그 결과로 수많은 피아노곡을 지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바로크와 로코코, 그리고 전기 고전주의의 특징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고전주의 음악으로의 궁극적 완성을 이룬 것입니다. 그렇게 그의 피아노 협주곡은 오페라와 실내악과 심포니 등 모든 음악적 스타일을 함축하면서 자신의 천재성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여 주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Seong-Jin Cho(조성진)(p), Alexey Utkin(cond)

Great Hall of the Moscow Conxerva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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