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9 K. 271 ‘Jeunehom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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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1)

 

 

71

 

Mozart / Piano Con. No. 9 K. 271 ‘Jeunehomme’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21세가 되던 1777년 잘츠부르크에서 완성한 피아노 협주곡으로 역사상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입니다. ‘모차르트의 영웅 교향곡이라 부를 만큼, 그의 최초의 대작으로 손꼽힙니다. 모차르트 연구가인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피아노 협주곡은 온전히 모차르트 자신의 모습이다. 대중에게 영합한 작품이 아니라 독창성과 대담성으로 대중을 휘어잡으려 한 작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작곡가 부소니도 이 협주곡을 일컬어 젊은이처럼 활기차고 노인처럼 현명한 작품이라며 극찬해 마지 않았습니다.

 

  〈죄놈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 작품은 모차르트가 1776년 겨울 잘츠부르크를 방문했을 당시 만난 프랑스 여류 피아니스트였던 죄놈을 위해 작곡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죄놈 역시 연주를 위해 잘츠부르크를 방문했는데, 그는 그녀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어 이 협주곡을 작곡하였습니다. 이 곡으로 미루어 볼 때 그녀의 피아노 연주 솜씨는 대단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모차르트 연구가들은 한동안 그녀가 누군지 밝혀내지 못했는데, 최근 음악학자인 마이클 로렌츠가 그녀의 이름은 빅투아르 제나미(Victoire Jeunehomme)로 모차르트의 친구이자 유명한 무용가였던 장 조르주 노베르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잘츠부르크의 궁정 음악가였던 요한 샤흐트너의 증언에 따르면, 모차르트와 피아노 협주곡의 첫 인연은 그의 나이 네 살 때부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샤흐트너가 모차르트의 아버지인 레오폴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볼프강이 책상에 앉아서 열심히 펜을 놀리고 있었습니다. 무얼 하고 있는지 아버지가 묻자 클라비어를 위한 협주곡을 쓰고 있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맹랑한 말을 듣고 레오폴트와 샤흐트너는 헛웃음을 웃다가 악보에 쓰인 음표들을 살펴보고는 진짜 협주곡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가 피아노 협주곡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은 열한 살 때였습니다. 당시에 작곡된 네 편의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의 소나타 악장들을 편곡하여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도 바흐처럼 피아노 협주곡에 관해 반복 모사를 거치면서 신중하게 접근했던 것입니다. 열다섯 살 때 작곡한 세 편의 피아노 협주곡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작품번호가 붙지 않은 이 곡들 역시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의 막내아들로 당대 유명한 작곡가였던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의 소나타들을 편곡한 것이었습니다.

 

  마침내 자신의 힘만으로 완성한 첫 피아노 협주곡은 열일곱 살이었던 177312월 완성된 피아노 협주곡 제5D장조입니다. 매우 흥미로운 작품으로 정교한 양식과 대위법적인 기법은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습니다. 아직은 십대 소년의 풋풋한 내음이 악상에서 묻어나지만 피아노 협주곡에 첫걸음을 내딛는 모차르트의 당찬 포부와 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후 상대적으로 약간 떨어지는 피아노 협주곡 세 편(6, 7, 8)이 나온 후 마침내 그의 피아노 협주곡의 걸작이 최초로 탄생합니다. 17771월 법적으로 성년이 되던 해에 그는 음악적으로도 성년을 선언하고 이때 피아노 협주곡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인 이 작품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규모 면이나 내용 면에서도 이전 피아노 협주곡에 비해 한결 성숙한 모습입니다.

 

  모차르트가 남긴 27곡의 피아노 협주곡 중 9K.271은 놀라운 작품입니다. 잘츠부르크 대주교 밑에 있을 때인 17771월 작곡했는데, 봉건시대 작품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자유분방합니다. 규모도 이전 작품들의 두 배에 육박합니다. 훗날 모차르트는 빈에서 자유 음악가로 활약하며 수많은 피아노 협주곡으로 기량을 뽐내게 되는데, 이 곡은 후기 협주곡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걸작입니다.

 

  베토벤의 <에로이카>가 교향곡의 역사에 혁명을 가져왔다면 모차르트의 이 곡은 피아노 협주곡의 혁명이라 할 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곡을 모차르트의 에로이카라 부르기도 합니다. 1악장 시작 부분, 오케스트라가 팡파레를 연주하면 독주 피아노가 화답합니다. 곡 첫머리에 독주 악기가 등장하는 것은 협주곡 역사상 이 곡이 최초이지요. 이러한 대담한 출발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G장조><5번 황제>에서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독주자가 평등하게 대화하며 발전하는 협주곡의 낭만적 이상형이 바로 이 곡에서 출발했습니다.

 

1악장 Allegro. 일반적으로 고전주의 협주곡에서는 오케스트라에 의한 긴 서주가 나온 후 독주 악기가 등장하는데 여기서는 첫 마디에서 오케스트라가 화음으로 된 팡파르를 울리자마자 곧바로 독주 피아노가 등장합니다. 마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부드러운 힘겨루기를 하는 듯 이 개시부는 기존 협주곡 양식을 깬 것입니다. 모차르트가 여기에서 보여준 독창성은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하며, 이런 모험적 시도는 훗날 베토벤과 작곡가들에 의해 발전적으로 계승됩니다.

 

2악장 Andantino. 이 악장은 자못 심오한 표정의 아리오소 선율과 레치타티보 풍 패시지로 채워져 있어 모차르트 내면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듭니다. 극적인 표현과 음색의 정교한 조탁은 그의 전성기 협주곡들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는 인터뷰에서 제2 주제를 가리켜 두 눈엔 눈물이 고여 있는데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3악장 Rondo Presto. 활기찬 흐름 위에 현란한 기교를 더해 비르투오소 작품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매우 화려한 독주 피아노의 질주로 시작합니다. 악장 중심에 놓인 미뉴에트는 템포, 박자 등 모든 면에서 전후 부분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며 과감한 고전 형식을 파괴하면서 음악은 대담하고 변화무쌍합니다. 이 또한 모차르트답게 흥미롭고 독창적입니다.





<Mozart / Piano Con. No. 9  K. 271 'Jeunehomme'>

Xavier Torres(p), Christobal Soler(cond)

Collegium Instrumentale de Valen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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