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7) :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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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37)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순간 가라라고 외쳐 본다면, ‘무엇을 가라고 하겠느냐고요? 아마 현재의 삶에서 힘든 것들, 보기 싫은 것들, 미운 것들 모두 다 가라고 하고 싶을 겁니다. 질병으로부터 오는 고통, 잔소리, 뻔뻔스러움, 촛불시위, 성차별, 사교육, 사이비 종교심, 친북 세력과 김정은 체제. 물론 이 시는 4 19 후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으니까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알맹이, 아우성, 부끄럼, 흙가슴은 껍데기와 대립되는 것들입니다. 끌어안고 있어야 하는 것들이지요. 우리들은 자기 자신 내부에 버려야 할 어떤 껍데기를 자신도 모르게 잔뜩 부등켜 안고 버티면서 버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지요. ()


 

이 시는 현실적 과제를 정면으로 다룬 1960년대 참여문학의 대표작이며, 이후 군사 독재에 항거했던 민중 민족 문학의 이정표 역할을 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지요. 비교적 단순한 소재와 이미지를 지닌 단어를 반복하여 내용을 강조하는 시인의 특성을 반영한 듯, 전체 17행 가운데 껍데기는 가라라는 구절이 6행을 차지할 정도로 이 시의 주제 의식은 명확하고 단호합니다. 이처럼 단호한 어조로 없어지기를 소망하는 껍데기이지만 마지막 연의 쇠붙이라는 시어 외에는 그 상징성을 유추할 만한 단서가 없습니다. 다만 이와 상반되는 알맹이라는 시어를 통해 그 의미를 통해 추출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1연의 사월2연의 동학년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중요한 사건인 419 혁명과 동학 농민운동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들이 민주와 자유를 지향한 운동이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알맹이아우성은 순수한 민주화의 열망, 민중의 정의 등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수성은 중립의 초례청 앞에서 맞절하는 아사달 아사녀의 모습에서 극대화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순수와 정의는 퇴색되고, 현실에서는 군사 정권의 독재와 남북 분단이라는 상황이 이 강토를 짓밟았습니다. 마지막 연의 쇠붙이는 껍데기를 대표하는 존재로서, 폭력, 군사, 무력, 전쟁 등을 상징합니다. 즉 순수한 인간성의 상실과 외세에 의해 이 땅에 남겨진 독재 및 군사적 긴장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껍데기의 의미는 거짓과 위선, 불의, 민족의 발전을 가로막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시인은 이러한 껍데기를 몰아내고 이 땅에 다시금 순수한 마음과 순결한 정신만이 남아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이루어 내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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