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6) : 나무 1 - 지리산에서 / 신경림

소나무2.jpg



나의 애독시(26)

 

나무 1 - 지리산에서 /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는 것을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 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멀지 않아 식목일도 한식도 다가올 것입니다. 산에 가는 일이 많게 되겠지요. 산에 가시거든 나무 한 그루에서도 삶의 지혜를 만나게 되길 바랍니다.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 하느라 좋은 열매를 갖지 못한다고 하지요.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다가 뽑히거나 베어진다고 합니다. 한 군데쯤 부러졌거나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서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고 합니다. 사람 사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만, 이런 사실을 깨우치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이던가요.


 

이 시는 나무를 길러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에 대한 생각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군요. 나무를 마치 사람처럼 의인화하여 바람직한 삶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어요.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라는 단정적인 표현으로 시작하지요. 나무를 통해서 시인이 얻는 깨달음을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아무런 시련과 고난을 겪지 않고 편안하게만 살아온 나무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요. 오히려 단단한 열매를 맺는 건 어딘가 부러졌거나, 볼품없는 나무라고 말합니다. 즉 시련과 고난을 겪어야 그 나무는 강해지고, 그렇게 강해진 나무가 훌륭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나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사람이 사는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말하고 있어요. 시련과 고난을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이 없는 이기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쭐대 웃자란 나무는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다른 나무가 열매 맺는 것을 방해한다고요. 이렇게 이기적인 나무는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표현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힘겹게 하는 존재는 사회적으로 배척당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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