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 함께하다 / 함께 하다

♣ 얼마 전에 결혼 80주년을 맞은 영국의 어느 부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80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해 온 부부가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동고동락’이라는 말 이외에도 ‘생사고락(生死苦樂)’이라는 말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삶과 죽음, 괴로움과 즐거움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지요. 흔히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 같은 표현으로 많이 쓰는데, 여기서 나오는 ‘함께하다’라는 말은 띄어서 쓰지 않고 붙여 쓰도록 돼 있습니다.

한글 맞춤법에서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돼 있는데 여기서는 왜 붙여서 쓰는지 좀 의아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온 ‘함께하다’는 ‘같이하다’와 같은 뜻으로 ‘일생을 함께할 사람’이라든가 ‘술자리를 같이했다.’와 같이 경험이나 생활 같은 것을 얼마 동안 더불어 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또한 ‘의견을 같이한다.’라든가 ‘행동을 같이한다.’처럼 서로 어떤 뜻이나 행동 또는 때 같은 것을 동일하게 가진다는 뜻도 있지요.

따라서 앞에서 언급한 ‘함께하다’와 ‘같이하다’는 이와 같이 특수한 의미가 있어서 사전에 한 단어로 올라 있는 합성어이기 때문에 붙여서 쓰는 것입니다.

반면에 ‘숙제를 함께 했다.’처럼 ‘함께’가 부사로 사용돼서 ‘함께 했다’가 단어가 연결된 구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띄어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