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오늘의 수필(652) : 덕담(德談) / 김영중
- 서건석
- 2021.01.1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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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수필(652) : 덕담(德談) / 김영중
♬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지고 불안과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는다.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지들, 이웃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덕담을 서로 주고받는다. 덕담이란 복을 받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축의(祝意)다. 누가 봐도 복을 기원해주는 것은 세시풍속이고 미풍양속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카드에 손 글씨로 덕담을 정성껏 적어 보낸 이들이 많았으나 요즘은 카톡이나 문자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헤프게 떠들어 대는, 진실 없이 싸잡아 보내는 덕담들이 전송되어 온다. 편리함과 신속함,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서 디지털 문화에 합승되는 현상이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마음을 담아 육필로 적어 보낸 덕담들을 읽을 때, 글쓴이의 온기와 진정성을 느끼며 감동하고 행복해 하니 구식문화를 사랑하는 꼰대임이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복은 행복을 말한다. 너 나 없이 우리들의 삶에 근본적인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은 신앙보다 강하다. 행복을 비는 기복 신앙 역시 또한 유구하다. 그 행복이 무엇인지 그 실체는 아무도 모른다. 오랜 세월 그토록 추구해 왔건만 정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 형질이나 물량을 헤아릴 수가 없는 게 행복이기 때문이다. 자로 잴 수도 없고 저울로 달아 볼 수도 없으며 그릇에 쓸어 담을 수도 없고 금고 속에 잠가 둘 수도 없는 것이 행복이다. 황금으로 바꿀 수도 없으며 권력으로 장악할 수도 없다. 장밋빛 같기도 하고 무지갯빛 같기도 한 행복론들이 많다. 누가 누구에게 건네주고 누가 누구에게 받았다는 행복 거래 기록도 없다. 오직 영원한 철학일 뿐이다.
행복을 누리려면 행복해질 수 있는 씨앗을 뿌리고 가꿔야 한다는 석학들의 교훈들만 숱하게 전해진다. 행복해질 수 있는 교훈의 첫째는 누구나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 하라는 것이다.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 할 때 성취와 보람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성취는 보람을 낳고 보람은 행복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논리이다. 둘째는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최고의 가치는 진정성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지위가 높고 억만장자의 재산을 가진 자라 할지라도 진실이 없다면 지위와 재산은 모두 죄악일 뿐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사랑만큼 중요한 역할이 없기 때문이다. 서로가 사랑할 때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넷째는 자신의 분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낙망과 좌절은 자기 분수를 잊은 과다한 욕망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상 네 가지 조건들이 우리 모두가 갈구하는 행복의 씨앗이라는 것이다. 네 가지 사항을 지키고 실천하면 우리가 원하는 복은 스스로 찾아온다는 교훈이다. 언뜻 듣기엔 쉬운 얘기 같으나 지키고 실천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만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행복은 세계인이 추구하는 인류 목표이다. 복 받고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것은 모든 인류에게 지상 최대의 신앙이다. 어떤 계층의 사람들은 앞에서 열거한 네 가지 조건의 행복 씨앗을 뿌리고 가꾸는 노력보다는 조상께 빌고 부처님 앞에 빌고 하느님께 기도만 드리면 절로 복을 누리는 행복이 찾아온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는데, 스스로 노력 없는 기도는 통할 수가 없다. 기도만 하면 복 받고 행복이 찾아온다면 누군들 기도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진실하게 살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분수를 지켜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석학들의 교훈을 무시하는 행위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추구하는 기복심리나 사회 정서는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언제 씨앗을 뿌리고 가꾸면서 행복을 찾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 있어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논리가 현실화 되고 있다. 남을 이기고 짓밟아 불행토록 만들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무서운 심보가 아닌가. 때만 되면 흔히 사용하는 복 많이 받으라는 복 타령의 새해 인사가 덕담 같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행복 결핍인 사람들의 넋두리나 한풀이 같기도 하다.
복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고 진실하며 모든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는 실천으로 자기 분수를 지킬 때만 스스로의 마음속에 찾아오는 게 복이고 행복이라는 사실을 다시 새겨야 하리라.
덕담에는 배려 없는 의례적인 인사보다는 사랑과 상대방의 현재 처지를 고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내용이 있어야 감동을 준다.
건강한 몸으로 살아 있는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생명의 축복, 감사의 복을 받으라는 덕담을 내 자신에게 건너며 다시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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