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늙음 / 최영철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 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그렁

◑ 이 시에서 늙는다는 것은 다만 삶이 쇠퇴하고 하강하는 게 아니라는 걸 시인은 말하고 싶어 하는 거겠지요. 늙는다는 것은 무한한 긍정에 이르고 모든 것이 원만해지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데, 대체로 말놀이는 허황된 느낌을 주기 일쑤인데도 이 시인의 말놀이에서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시의 전편에 깔려 있는 연민의 눈 때문이 아닐까요. 연민은 날카롭지 않고 넘치지 않으며 언제나 둥그스름하지요. 우리 모두가 늘그막에 ‘늘 그럼그럼’ 고개를 끄덕이고 ‘그렁’한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고 또 보아야 한다면 참 좋겠지요. 모두들 그렇게 지내고 있으신 거지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