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의 애독시(1153) : 여자의 냄새 / 김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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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냄새 / 김소월

 


푸른 구름의 옷 입은 달의 냄새.

붉은 구름의 옷 입은 해의 냄새.

아니, 땀 냄새, 때묻은 냄새,

비에 맞아 추거운 살과 옷 냄새.

 

푸른 바다어즐이는 배

보드라운 그리운 어떤 목숨의

조그마한 푸릇한 그무러진 영()

어우러져 비끼는 살의 아우성

 

다시는 장사(葬事) 지나간 숲속의 냄새.

유령(幽靈) 실은 널뛰는 뱃간의 냄새.

생고기의 바다의 냄새.

늦은 봄의 하늘을 떠도는 냄새.

 

모래두던 바람은 그물안개를 불고

먼 거리의 불빛은 달저녁을 울어라.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냄새 많은 그 몸이 좋습니다.

 

추거운 : 축축한

어즐이는 : 어질어질한

비끼는 : 비스듬히 놓인

그무러진 : 그무레지다. 약간 침침해지며 흐릿하다. 구름이 껴 흐리고 어둠침침한

모래두던 : 모래언덕, ‘두던언덕의 방언

그물안개 : 그물처럼 몰려오는 안개.

 


이런 분위기의 소월 시를 읽어보신 적이 있는지요? 어느 여류시인은 이 시를 발견하고 하루가 참 즐거웠노라고 말했답니다. 냄새 좋은 비누를 손에 쥘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고 합니다. ‘먼 거리의 불빛은 달 저녁을 울어라.’라는 시구(詩句)는 혼을 울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자의 냄새란 과연 어떤 냄새일까요? 당신은 매혹적인 여자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습니까요? 그 냄새가 황홀했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요? 화장품 냄새? 보드랍고 연한 살결 냄새? 달콤한 향수 냄새? 그냥 엄마 냄새? 모든 여자에게서 이와 같은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여자들에게는 좋은 냄새가 나기 마련입니다. 성인이라면 화장을 할 테고, 소녀라고 하더라도 로션을 듬뿍 바를 테니까 말입니다. 근데 만약 이런 상상을 했다면 여기에선 완전히 빗나간 예상이 됩니다.


달의 냄새, 해의 냄새, 땀 냄새, 때 묻은 냄새, 비 묻은 옷의 냄새, 푸른 바다와 숲 속과 봄을 떠도는 하늘의 냄새. 이런 냄새가 여자의 냄새라고 합니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피조물들의 냄새. 자연이 만들어내는 피조물들의 냄새에서처럼 ‘여자의 냄새에서는 이 대자연의 모습과 피조물의 냄새가 스며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인의 향기는 우주에 퍼져 있으며, 그 향기는 그 여자를 드러내는 신비로운 기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건 유령처럼 떠도는 냄새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 속에 스며 있는 무형의 혼령들이 서로 조응하며 하나로 엮이는 냄새이기도 합니다. 이 냄새는 코끝으로 맡는 것이 아니라, 본능이 온몸을 채 삼아 걸러 올려야 하는, 금방 휘발하면서 애틋한 사랑과 슬픔을 어슴프레 느끼게 만드는 그런 냄새일지도 모릅니다. 여자의 냄새를 넘 추상적으로 풀이했나요? 김소월이 그렇게 시켰기 때문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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