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haikovsky / Variations on a Rococo Theme Op. 33 (346)
- 서건석
- 2025.05.05 05:44
- 조회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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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346)
346
♣ Tchaikovsky / Variations on a Rococo Theme Op. 33
♬ 1870년대 후반 차이코프스키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니콜라이 루빈시테인이 원장으로 있던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화성학 이론을 가르치고 있었던 그는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 처했고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했으며, 자신의 천성에 맞지 않는 결혼을 고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반려자로 어떤 여자를 확실하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창작력 또한 활발하지 못해 피아노 협주곡 1번과 환상 서곡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만을 작곡했을 뿐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첼로 협주곡을 쓰지 않았지요. 대신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1877)을 1876년 12월에 작곡했습니다. 흐름의 완급과 첼로의 연주 효과가 뛰어나 웬만한 협주곡보다 인기가 높은 가작(佳作)입니다. 판본에 따른 차이는 있지만 연주에 20분가량 소요되므로 협주곡을 대체할 만합니다.
로코코란 18세기 중반 프랑스 미술과 건축에서 발견되는 양식입니다. 바로크나 고전주의처럼 확고한 장르는 아니고, 아기자기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가리키는 정도입니다.
당시 그의 상황은 객관적으로는 나쁜 듯 보였지만, 음악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여행과 음악의 풍요로움을 만났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했던 그는 “나는 러시아인이다. 뼛속까지 러시아인이다.”라는 편지를 썼을 정도였습니다. 즐거운 칸틸레나와 우울한 멜랑콜리가 결부된 지극히 러시아적인 특성을 길러나가는 방법을 터득했을 당시입니다. 이렇듯 자신만의 음악적 표현력을 키워나갔던 그는 1875년 이후 음악적 교제 관계를 넓혀나가게 되었습니다. 생상스와 우정을 맺었고 리스트와 그를 열광시킨 <카르멘>의 작곡자인 비제, 마스네 등과 교제하며 음악적 사상을 함께 했습니다. 이렇듯 그는 러시아를 벗어나 서유럽의 최신 음악 사조와 음악가들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역량을 한층 넓게 키워나갔습니다.
한동안 경제적,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그는 ‘로코코 변주곡’을 작곡한 이후 작품과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부유한 미망인인 폰 메크 부인을 소개받아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 만남으로 인해 그는 안심하고 전적으로 작곡에 매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폰 메크 부인과 차이코프스키는 평생토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14년 동안 계속된 그들의 엄청난 양의 편지로부터 목가적 순애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폰 메크 부인이 정기적으로 보내준 돈 덕택에 그는 모든 재정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더군다나 가르친다는 의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으며, 실패로 끝났지만 정신적인 홀가분함을 얻게 된 결혼과 결별(이혼은 이후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걸친 여행과 사교생활 등으로 정신적으로도 충만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그의 창작력은 급속도로 팽창하여 <4번 교향곡>과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과 같은 대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1876년 서두에 차이코프스키가 작곡한 작품은 교향적 환상곡인 <프란체스카 다 리미니>로 당시의 초조하고 격정적인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는 곡입니다. 그러나 이 첼로를 위한 변주곡을 작곡하면서 차이코프스키는 불안한 상태의 삶에서 잠시 벗어나 18세기의 보다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싶어 했습니다. 바로 그가 존경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으로 대변되는 시대였던 것입니다. 그해 겨울 모스크바 음악원 동료이자 첼리스트인 빌헬름 피첸하겐이 차이코프스키를 찾아와 첼로 작품을 의뢰하는데 이를 계기로 불안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모차르트 시대의 밝고 우아한 분위기에 젖어 들게 되는데 바로 이 곡이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입니다.
과거를 재해석하려는 그의 의도에 맞추어 차이코프스키는 독주 첼로를 고전주의 규모에 맞는 실내악단, 즉 2관 편성에 두 대의 호른과 현이 반주하도록 의도했습니다. 이런 규모는 독주자의 멜로디와 기교적인 표현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솔리스트의 표현을 잘 살려줄 수 있었습니다. 한편 음악 양식에 있어서 그는 변주곡을 선택했습니다. 이 양식으로 작곡가는 스스로 순서와 한계를 정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오리지널 주제를 모차르트가 썼을 법한 네 마디의 균형감 있는 모양으로 단아하게 꾸몄습니다. 조성은 모차르트의 가장 감동적인 작품들에서 사용되었던 A장조였습니다.
이 변주곡은 모차르트에 대한 오마주라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모방작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습니다. 작은 목관의 에필로그는 주제에 이어 불규칙적인 음정으로 변화하지 않고 반복되며, 이는 독주 악기가 넘겨받은 뒤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합니다. 이는 18세기 오스트리아보다는 19세기 러시아 전통에 더 가까운 것입니다. 그리고 주제를 이끄는 표현력이 풍부한 관현악의 도입부부터 마지막 코다의 질주까지, 음악의 자연스러움과 윤기는 차이코프스키가 아니면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작품은 모차르트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으로서 과거의 음악을 재해석하려는 의도에서 18세기에 맞도록 독주 첼로를 목관악기와 호른 그리고 현악기들과 조화를 이루고 고전풍에 어울리도록 우아하고 세련되게 작곡하였습니다. 이 규모는 독주 첼로의 선율과 기교적인 표현이 방해받지 않고 독주자의 표현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형식에서 교향적 형태보다는 변주곡을 선택했는데 이는 스스로 순서와 한계를 정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곡 분위기는 로코코 양식보다는 19세기 러시아 선율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차이코프스키는 독일의 첼리스트 빌헬름 피첸하겐(Wilhelm Fitzenhagen, 1848~1890)에게 이 작품을 헌정하였습니다. 초연 역시 피첸하겐이 연주하였는데, 당시 연주자는 원곡의 여덟 번째 변주를 빼고, 변주의 순서도 바꾸는 등 곡을 대폭 개정하여 연주했습니다. 인쇄 직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차이콥스키는 피첸하겐의 태도를 불쾌해하였지만, 피첸하겐의 수정을 바로잡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날 많이 연주되는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피첸하겐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차이콥스키는 자신의 작품집을 편집하면서 그의 자필 악보를 참고하여 차이코프스키판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부활시켰습니다.
이 곡은 주제와 7개의 변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악은 오케스트라 반주로 시작하여 첼로가 독주로 주제를 연주합니다. 변주 부분은 리듬의 변화, 빠르기의 변화 등으로 다채로운 표현으로 우아함과 화려함을 보여 줍니다. 두 번째 변주는 스타카토가 발랄함을 주고, 세 번째 변주는 선율이 노래하듯이 흐른다. 다섯 번째 변주는 카덴차가 여러 번 등장하면서 첼리스트의 기량을 보여 주기에 적합합니다. 질주하는 듯한 빠른 템포의 일곱 번째 변주는 곡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합니다. 주제와 변주 모두 첼로의 풍부한 표현력을 다양하게 담고 있으며,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Mischa Maisky(vc), Paavo Järvi(cond)
Frankfurt Radio Symph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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