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hms : Piano Con. No. 1 Op. 15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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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40)

 

 

240

 

Brahms : Piano Con. No. 1 Op. 15

 


19세기 후반은 대체로 리스트와 바그너의 시대였습니다. 리스트는 바이마르 근교의 호화로운 저택 아르텐베르크장에서 신독일파의 비루투오조적인 제왕으로서 젊은 음악가들에게 가장 추앙받는 인물이었습니다. 조금 늦게 바그너는 1876년 바이로이트에 겉으로 보기에도 이상한 모습의 극장을 건축하여 마치 음악은 음악극이나 표제음악이 아니고서는 이제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낭만주의를 정복한 듯하였습니다.

 

이러한 와중에 브람스는 콘트라베이스 주자인 아버지와 평범한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7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10세에 이미 실내악 연주회의 피아노 파트를 연주할 정도로 성숙한 솜씨를 발휘하였고, 20세가 되던 1853년 헝가리 망명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와 함께 북부 독일의 몇몇 도시로 연주 여행을 떠났습니다. 도중에 레메니의 소개로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요아힘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고 요아힘은 이 젊은이의 인품과 재능을 인정하여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던 리스트에게 소개장을 써주었습니다. 그길로 바이마르의 리스트를 찾아갔으나 브람스는 리스트의 음악 방향에 공감할 수가 없었고, 리스트 역시 브람스에게 호감을 가지지 않아 리스트를 떠나게 됩니다.

 

바이마르에서 돌아온 브람스는 다시 요아힘의 소개로 뒤셀도르프에 있는 슈만 부부를 찾아가게 됩니다. 슈만은 진심으로 따뜻하게 브람스를 환영하였습니다. 이러한 슈만의 호의를 결코 잊지 않는 브람스는 슈만이 정신병으로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기도한 이래 지속적으로 슈만과 그의 가족을 돌보게 됩니다.

 

브람스는 1858년 여름 괴팅겐으로 여행을 갔다가 그곳 대학교수의 딸 아가테 폰 지볼트와 사랑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문제로 고민하다 마침내 그녀와 결별을 결심하고 돌아온 후 <아가테 현악 6중주>라는 곡을 작곡합니다. 아가테와의 이별에 앞서 브람스는 <피아노 협주곡 1>을 작곡했습니다. 이 곡은 실은 5년 전에 피아노 이중주로 작곡되어 클라라와 연습을 거듭하였으나 두 대의 피아노곡으로는 충분치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 협주곡 형식으로 개작한 곡이었습니다. 이 곡은 브람스의 초기 작품에 속하는 까닭에 상당히 전통적인 양식에 기울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극히 웅장하고 교향곡 풍의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독주 피아노는 고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어려운 연주로 되어 있지만 그것은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서 관현악을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현악과 대등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더구나 제1악장에서 피아노는 관현악부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악상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곡을 피아노 파트를 갖고 있는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실 이 피아노 협주곡에서의 관현악 기법은 아직 완숙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청년 브람스의 질풍노도와 같은 정열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의 여러 곳에서 브람스 특유의 관현악적인 담백한 색채의 배열이 눈에 띕니다.

 

처음 발표되었을 때 이 곡에 대한 청중들의 반응은 냉담하였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피아노 협주곡이라면 모두 화려한 비르투오조적인 기교를 자랑하는 것이었고 청중들도 그런 것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이러한 기교를 무시하면서도 곡 자체는 매우 난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외면적으로는 화려한 맛은 없고 어둡고 무거운 정열과 거칠고 떫은 맛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곡의 진정한 맛이 청중들에게 받아들여지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하나의 교향곡적인 성격을 갖춘 이 곡은 피아노가 관현악의 한 분자로 녹아 들어가 있어 마치 오래된 와인의 텁텁한 타닌 맛이 깊게 느껴지듯 곡이 와 닿아 기분을 더 좋게 만듭니다.

 

<피아노 협주곡 1Op. 15>는 청년 브람스의 대표작입니다. 브람스가 남긴 4곡의 협주곡들, 그러니까 두 곡의 <피아노 협주곡>과 한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 협주곡’>(더블 콘체르토) 중에서 가장 먼저 작곡된 음악이지요. 브람스가 최초로 작곡한 대규모 관현악곡이기도 합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브람스를 옹호했던 슈만에게는 일종의 조울증이 있었는데, 그는 브람스를 첫 대면하고 약 5개월 뒤에 라인강에 몸을 던집니다. 간신히 구조돼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지요. 브람스는 슈만이 사망하기까지, 그러니까 약 2년간 뒤셀도르프에 머물면서 슈만의 집안을 가족처럼 돌봅니다. <피아노 협주곡 1>은 바로 이 무렵에 작곡되지요. 작곡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1858년인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1악장은 장엄하게 펼쳐지는 마에스토소(maestoso) 악장입니다. 팀파니가 으르렁거리며 돌진하는 서주에서부터 청년 브람스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바이올린과 첼로가 비장하면서도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첫 번째 주제를 연주하고, 이어서 불현듯 음악이 잦아들었다가 아름다운 선율의 바이올린으로 이어집니다. 관현악과 피아노가 두 개의 얼굴의 번갈아 보여주는 악장이지요. 때로는 격렬하게, 또 때로는 애틋하게. 마치 브람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한 악장입니다. 브람스는 아다지오(adagio)로 연주되는 2악장에 대해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신의 아름다운 초상(肖像)”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슈만을 잃은 클라라에 대한 위로, 아울러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애틋한 마음이 겹쳐지는 악장입니다. 현악기들이 잔잔하게 물결치고 목관악기들의 활약이 특히 두드러집니다. 피아노는 슬픔을 머금은 채 애잔한 선율을 연주합니다. 이어지는 마지막 3악장에서 음악은 다시 강렬해지지요.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allegro ma non troppo). ‘빠르지만 지나치지 않게라는 뜻입니다. 피아노가 당당하게 상승 선율을 연주하고 관현악이 따라옵니다. 1악장에서 이미 들었던 주제가 재현되는 장면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지요. 피아노가 매우 화려한 패시지들을 연주하면서, 브람스 본인이 당대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요.

 

브람스는 18591월 하노버에서 자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해 이 곡을 초연했습니다. 절친한 친구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1831~1907)이 지휘를 맡았지요. 결과는 비교적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닷새 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가졌던 연주회는 격렬한 비난에 부딪혔습니다. 브람스 본인의 표현에 따르자면 악단도 청중도 무반응이었고, “박수를 치려고 했던 사람은 고작 3에 불과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진영 논리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짐작해 봅니다. 라이프치히에는 유난히 브람스의 적이 많았습니다. 브람스는 자신에게 모욕을 줬던 도시 라이프치히를 이후에도 계속 불편해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Krystian Zimermann(p), Simon Rattle(cond)

Berlin Philharmonic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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