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lioz / Symphonie Fantastique Op. 14a (203)
- 서건석
- 2024.12.13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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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203)
203
♣ Hector Berlioz(1803~1869) / Symphonie Fantastique Op. 14a
♬ 혁명의 열기와 함께 찾아온 낭만주의의 기운이 유럽 전역에 흘러넘치던 시기에 가장 두드러진 모습을 드러낸 장르는 문학이었습니다. 독일에서는 괴테와 실러가 낭만의 풍조를 이끌었습니다. 프랑스에는 많은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있었습니다만 그중에서도 빅토르 위고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소설 <레미제라블>에서 주인공 장발장이 굶주린 조카를 위해 빵을 훔쳤던 해가 1796년입니다. 어린 조카들이 굶주린 건 혁명 이후 혼란한 사회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혁명은 당연히 혼란을 수반합니다. 그 혼란을 겪으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 것이겠지요.
이렇게 혁명과 낭만이 몸을 섞던 시대에 음악에서도 물론 낭만주의가 유행합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문학과 음악의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융합’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의 일이지만, 사실 이 ‘융합’이라는 것은 19세기 초반의 낭만주의 음악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낭만주의적 시를 가사로 삼은 ‘가곡’을 비롯해 한 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한 성격을 띠는 ‘표제의 교향곡’이 중요한 장르로 등장했다는 말입니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 주는 음악입니다. 혁명과 반혁명의 충돌이 가장 극심했던 프랑스에서 1830년에 작곡된 곡입니다. 바로 7월 혁명이 일어났던 해입니다. 이 음악은 한마디로 ‘소설적 교향곡’으로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 주면서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음악으로 자리해 있습니다. 1830년에 파리에서 초연되었고, 〈어느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에 대한 열정적 사랑에 의해 촉발된 작품으로, 그녀를 나타내는 선율을 고정악상(idee fixe)으로 사용했습니다. ‘고정악상’이라는 새로운 음악적 연상 기법을 사용한 점, 일반적인 4악장 구도를 벗어나 5악장으로 구성한 점, 강한 표제적 성격으로 교향시를 예견하게 한 점, 대규모 관현악의 혁신적인 악기 편성 등 당시로서는 상당한 충격을 일으켰습니다. 고정악상이란 한 인물을 선율로 형상화한 다음 극(劇) 중에서 그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특정 선율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는 방식을 말합니다.
물론 이 곡을 설명하면서 주로 거론되는 것은 베를리오즈 개인의 특정한 체험입니다. 예컨대 셰익스피어의 연극에서 받았던 감동과 오필리어와 줄리엣을 연기했던 여배우 해리엇 스미스슨(Hariet Smithson)을 향한 사랑, 또 베토벤의 교향곡과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받은 영감과 자극 등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들이 <환상교향곡>이라는 걸작 속에 녹아들었던 것입니다.
베를리오즈는 파리 음악원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했던, 그래서 작곡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피아노를 칠 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대신에 문학적 상상력이 풍부했던 그는 낭만주의 시대의 선택을 받은 음악가였습니다. 독일의 바그너가 그랬던 것처럼, 프랑스의 베를리오즈도 기질적으로 고전보다 더 낭만에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야기꾼으로서의 기질도 그렇거니와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갖가지 풍파, 아울러 자기 과시적인 태도 같은 것들도 그렇습니다. 그런 기질적 낭만성이 당대의 예술적 흐름과 만나면서 음악사를 아로새긴 걸작을 남기게 된 것입니다.
<환상교향곡>은 짝사랑했던 여인 스미스슨을 생각하면서 작곡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베를리오즈 본인의 자전적 기록에 따르면, 1827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영국의 한 극단이 <햄릿>을 공연하는 걸 보았다고 하지요. 그다음 날에는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가 내걸렸고 베를리오즈는 그 연극도 한걸음에 달려가 관람했다고 합니다. 스물네 살 때의 일입니다. 혈기 왕성한 베를리오즈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에 매료되었을 뿐 아니라 여배우 스미스슨에게 홀딱 반해 버립니다. 여배우에게 수십 통의 러브레터를 보내는 저돌적인 구애를 펼쳤으나, 잘나가는 영국 여배우는 프랑스의 무명 작곡가를 거들떠보지 않은 채 영국으로 돌아가 버립니다.
베를리오즈는 스미스슨을 향한 짝사랑이 좌절된 후,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뺏기기도 합니다. 벨기에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리 모크(Marie Moke)와 사랑에 빠져 청혼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한 피아노 제작자인 이그나츠 플레엘과 결혼합니다.
어쨌든 베를리오즈는 훗날, 그러니까 1832년에 자신이 그토록 구애했던 아일랜드 출신의 여배우 스미스슨과 재회합니다. 인기가 시들해진 왕년의 스타, 게다가 자신이 직접 극단을 만들었다가 파산하기까지 한 스미스슨과 파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겁니다. 베를리오즈는 빈털터리가 된 이 딱한 여인과 이듬해에 결혼합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두 사람은 아들을 한 명 낳고 헤어집니다. 그녀가 알코올 중독자여서 파경을 맞았다는 ‘설’도 있는데, 그런 얘기는 주로 베를리오즈의 입에서 흘러나온 것이어서 100% 신뢰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환상교향곡>은 스미스슨을 향한 연모가 좌절된 직후인 1830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한 여인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과 환상을 한 편의 드라마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몽상가 베를리오즈는 ‘어느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까지 붙여 자신의 이야기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음악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받던 한 예술가가 아편을 먹고 자살을 기도했는데, 아편의 양이 치사량에 미치지 못해 혼수 속에서 온갖 환각을 겪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신선하면서도 섬뜩하지요. <환상교향곡>보다 뒤에 작곡한 <렐리오(Lelio)>와 1부와 2부로 짝을 이루는 곡입니다. 모두 5개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베를리오즈는 애초에 각 악장의 스토리를 일일이 밝혀 두었으나 훗날 표제만 남기고 모두 삭제했다고 합니다. 각 악장의 소제목과 내용을 상상하면서 감상하면 더욱 환상적인 음악이 될 겁니다. <환상교향곡>이 순수한 관현악 작품인 반면, <렐리오>는 4부 독창(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과 합창이 포함된 일종의 칸타타로 모노드라마(1인극)가 가미돼서 세미 오페라식으로 연주됩니다.
1악장은 ‘꿈, 열정’입니다. 느린 목관악기의 연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약음기를 낀 바이올린이 사랑을 향한 동경을 묘사합니다. 점차 음악이 격렬해지고 빨라지면서 사랑의 고통, 질투에 휩싸인 감정을 그려냅니다. 고정악상이 등장합니다. 이 악상은 스미드슨을 말하는 겁니다. 이런 것을 고정악상이라 말합니다. 그녀의 생각으로 떠나지 않는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2악장은 ‘무도회’입니다. 약간 긴장감이 감도는 현의 트레몰로와 하프로 막을 엽니다. 이어서 우아하고 경쾌한 왈츠가 등장합니다. 하프의 멜로디가 굉장히 이쁘게 나옵니다.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음악 속의 주인공은 무도회의 춤추는 사람들 속에서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을 이리저리 찾아 헤맵니다. 어디를 가든 그 여인의 모습이 끊임없이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3악장 ‘들판의 풍경’은 표제처럼 목가적인 악장입니다. 목동의 느긋한 피리 소리로 시작하는데, 곧이어 현악기들의 트레몰로가 약간의 불안감을 지펴냅니다. 주인공이 들판을 거닐며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는 악장입니다. 목가적인 평안함과 어두운 예감이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나 잉글리쉬 호른이 등장하며 여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그려냅니다.
이어지는 4악장의 표제는 ‘탄두대로의 행진’입니다. 팀파니가 연주하는 불길한 리듬으로 시작합니다. 이어서 주인공의 꿈속에서 그로테스크한 환상이 펼쳐집니다. 사랑했던 여인을 살해한 죄목으로 단두대로 끌려가는 장면이 행진의 음형으로 묘사되고, 악장의 거의 끝부분에 이르면 사형의 칼날이 쿵 하고 떨어지는 장면까지 음악으로 묘사됩니다. 둔탁하고 기분 나쁜 소리로 끝납니다. 매우 사이키델릭(psychedelic)한 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악장은 ‘마녀들의 밤의 축제와 꿈’입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영향을 받은 악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두대로 끌려가 처형되는 4악장보다 오히려 더 그로테스크합니다. 주인공의 장례식에 모여든 마녀들의 소름 끼치는 죽음의 춤이 펼쳐집니다. 광란의 파티를 합니다. 심지어는 사랑했던 여인마저도 마녀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장례식의 종소리, 이어서 바순과 튜바가 레퀴엠 중 ‘분노의 날’을 연주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보기를 바랍니다. 해피엔딩이 아닌 기괴한 테마를 가지고 끝나게 됩니다. 처음 듣는 분들은 음악이 좀 장황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베를리오즈의 집착적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들으면 한 편의 그로테스크한 드라마처럼 들려올 겁니다.
베를리오즈는 매 작품마다 독창적인 작법을 시도했습니다. 그는 결코 성공의 경험을 되풀이하면서 공식화하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친숙함을 배제하고 새롭고 낯선 것을 찾아내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독창성에 빛나던 그의 생은 늘 외롭고 고단했습니다. 작곡하는 일보다 작품에 대한 반대와 야유를 견디거나 설득하는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인류사에 결코 잊히지 않을 작곡가로 남았습니다.
음악 전문가들은 베를리오즈에 대해 입을 모아 ‘음악적으로 누구의 후계자도 아니며 또 누구도 그의 후계자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즉 베를리오즈는 특정한 음악 사조에 구속된 작곡가가 아니었고 한편으로 자신이 특정한 유파를 만들지도 않았던 일종의 이단아였는데, 좋게 말하면 시대를 앞서간 작곡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정명훈(cond),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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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훨씬 전의 일입니다. 어느 오디오 잡지에 "문슈의 보스턴 심이 연주한 RCA 리빙 스테레오 신반이 있으면 천만원에 사겠다"는 공개 광고를 본일이 있지요. 내게 그게 있는것같아 뒤져보니 같은 음반인데 모노라 잠시 좋다 만 일이 있었는데 역시 연주와 녹음이 최고라 생각 됩니다.
울산에서 기러기 생활 할때 많이 들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