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43)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여기저기 내걸릴 정도로 유명해져 버린 시입니다. 흔들리거나 젖지 않고 피는 꽃이 그 어디 있겠습니까요. 그렇습니다, 당신도 나도 꽃이라 흔들리며 핍니다. 흔들린다는 건 결실을 이루기까지 지나쳐야 하는 험난함을 말합니다. 비바람에 젖음도 고난을 뜻하는 것이며 그러니까 고난 없이 피는 꽃은 없음을 나타냅니다. 어떤 아름다운 꽃도 어떤 아름다운 사랑도 흔들리지 않고 결실을 맺는 것은 없고 젖지 않고 피울 수는 없습니다. 흔들리는 바람에 휘청거려도 폭풍우 같은 빗줄기에 젖어도 위로 위로 뻗어 올라갑니다. 우리도 한 송이 꽃이기에 시련과 고난의 과정을 통해 성숙해 가는 것이지요. 우리의 사랑도 부단한 흔들림과 비에 젖음으로써 수난과 역경, 아픔과 슬픔 속에서 성장하여 열매 맺어 갈 수 있겠지요. (펌)

◑ 이 시는 '-으랴', '-나니'의 구절의 반복과 1연과 2연의 대칭 구조로 율격을 획득하고 있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를 가진 시입니다. 시적 화자는 꽃이 피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1연에서 꽃이 '흔들리며 핀다'는 것과 2연에서 '젖으며 핀다'는 것은 시련과 역경을 견뎌 내야 꽃이 핀다는 평범한 세상 이치를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히 꽃이 핀다는 자연의 법칙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사랑과 삶의 의미를 보여주는 암시적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즉 꽃이 흔들리며 피어나듯 사랑도 흔들리며 만들어지고, 꽃이 비바람에 젖으며 피어나듯 인간의 삶도 고통과 그로 인한 눈물에 젖으면서 진행된다는 겁니다. 결국 시적 화자는 인간의 사랑과 삶이 시련과 고통을 견디고 완성되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 가면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꽃의 모습을 들어 인간 삶의 속성을 유추해 내고 있는 것이지요. 즉 아름다운 인생의 결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시련과 고통, 그로 인한 슬픔의 눈물이라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