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24 K. 491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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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6)

 

 

76

 

Mozart / Piano Con. No. 24 K. 491

 


이 작품은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을 완성하고 3주 만에 작곡한 곡입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에 이어 두 번째 단조 피아노 협주곡으로 그의 모든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진지하고 독특하며 드라마틱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목관이 모두 동원되는 등 관현악 편성이 장대하고 독주 카덴차가 생략되어 제2악장이 3부 형식, 3악장이 변주곡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관 파트의 규모와 독립성에 있어서는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들 중에서 단연 돋보입니다. 아울러 예단하기 어려운 독창적인 악상과 전편을 긴밀하게 아우르는 유기적인 구성, 그리고 독주자의 가장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즉흥성 등 고도의 가치와 풍부한 매력을 지녀 그의 최고 걸작으로 꼽힙니다. 협주곡보다는 교향적인 성격이 강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아 베토벤은 이 곡에 깊은 존경과 감탄으로 면밀한 연구를 바친 결과 C단조의 자신의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을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피아노 협주곡 24번은 그의 수많은 작품들 중 얼마 안 되는 단조곡으로 다른 단조곡들, 가령 교향곡 40, 피아노 협주곡 20번 등과 마찬가지로 의심할 나위 없는 걸작입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교향곡, 협주곡 중에서 가장 큰 편성을 갖추고 있으며, 이 편성을 넘어서게 되는 것은 베토벤의 교향곡 3<에로이카>에 이르러서입니다.

 

  한 해 전에 만든 <피아노 협주곡 제20>과 함께 단 두 곡뿐인 단조 협주곡 중 하나인 이 곡은 20번과 마찬가지로 무겁고 깊숙하면서도 로맨틱한 내용인데다가, 악기의 뛰어난 사용법과 관현악의 충실함에 있어서는 20번 이상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들을 때는 우선 <20><24>부터 먼저 듣기를 권합니다.

 

  C단조는 그가 자주 썼던 조성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의 같은 조성의 작품들은 저마다 심오한 내용을 지녀 그 정서의 깊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가 이 곡에 C단조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특히 신중을 기했던 것 같습니다. 음악사가들은 시종 어두운 열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베토벤적이라고 규정하기도 하고, 또한 C단조의 그림자 속에 막을 내림에도 이전 피아노 협주곡 제20번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어쩌면 비창이란 낱말이야말로 이 곡의 전반적인 정서를 가장 효과적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 악장에서 주제가 거칠게 할퀴고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상처가 그러하고, 다정하면서도 안타까운 탄식이 서린 제2악장에서 떠오르는 정서가 그러하며, 탈출구를 향해 나아가는 듯이 하다가 다시금 어둠의 뒤안길로 말려들며 마무리되는 피날레가 던져주는 막막함이 그러합니다.

 

  유명한 음악학자 알프레트 아인슈타인은 모차르트가 단조곡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작곡한 후 자신이 너무 앞서 나갔고, 빈 사람들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했으며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것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느꼈다.’라고 추측합니다. 그래서 22번이나 23번과 같은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작품들을 작곡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24번은 20번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창조력을 자유롭게 발휘하여 작곡됩니다.

 

  한편 이 협주곡은 독주자에게 까다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주자는 먼저 연주에 임하는 내내 그 정서적 무게와 깊이를 감당해야 하고, 나아가 카덴차 부분의 처리와 모차르트가 남긴 다소 모호한 이정표들을 해독하기 위한 능력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는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처럼 제1악장을 위한 카덴차를 남겨 놓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독주자는 별도의 카덴차를 준비해야 합니다. 또 자필 악보를 보면, 다른 곡들과는 달리 거의 베토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어지러운 수정과 가필의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마지막 악장의 세 번째 변주 부분을 보면 예닐곱 개의 서로 다른 버전이 남아 있는데, 문제는 그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모차르트가 이 곡을 작곡하면서 각별히 고심하고 심혈을 기울였음을 말해줍니다. 물론 시간이 부족했던 탓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이 곡은 실제 연주 무대에 올린 후에야 완성됐었을 수 있습니다. 원본을 남겨 놓지 않은 탓에 오늘날 이 곡은 독주자들의 종합적 역량과 모차르트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피아노 협주곡 24>을 듣노라면 어둡고도 극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알레그로의 4/4박자인 제1악장과 라르게토의 속도로 서정이 넘치는 피아노와 현악기가 대화를 하는 듯한 로만스풍의 2/2 박자인 제2악장에서는 마음을 찌르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전편에 걸쳐 관악기를 크게 부각시키고, 협주곡으로서는 색다르게 알레그레토, 2/4박자의 제3악장에 변주곡을 두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치밀한 계산이 눈에 띄는 모차르트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기교적인 연주를 즉흥적으로 이끌어 내도록 만든 점 또한 이 곡을 모차르트의 음악 생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작품이라 평가하게 만듭니다. ‘내용적으로 더 이상 능가할 수 없는 모차르트의 창작 활동의 높은 경지라고 이 작품에 대해서 음악학자 아인슈타인이 평했습니다.

 

1악장 Allegro.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입니다. 처음에 유니슨으로 제시되는 제1 주제는 일종의 숙명적인 기운을 느끼게 하며, 이후 거칠게 터져 나오는 총주는 무척 위협적입니다. 피아노는 변화무쌍한 관현악 사이를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사색하듯 누비며, 피아노와 관현악 사이에 조성되는 긴장감과 불안감을 견지하며 악상은 진행됩니다.

 

2악장 Largetto. 서정적인 노래가 면면히 흐르며 은은한 빛과 애틋한 그림자가 교차하는 느린 악장입니다. 아름다운 시절을 향한 동경과 정한을 담은 듯한 그 흐름은 피가로의 결혼중에서 백작 부인이 부르는 카바티나 ‘Porgi, amor(주소서, 사랑의 신이여)’를 환기시킵니다.

 

3악장 Allegretto. 모차르트가 오랜만에 쓴 변주곡 피날레입니다. 먼저 관현악이 주제를 차분하고 은근한 긴장감을 머금은 채 꺼내 놓으면 8개의 변주가 이어집니다. 새로운 선율이 도입되는 제4변주는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C단조로 복귀한 제5변주에서는 대위법적인 전개가 두드러집니다. 6변주에서는 조성이 바뀐 가운데 오보에가 감미로운 선율을 낭랑하게 노래하여 희망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7변주로 넘어가면 다시 C단조로 복귀합니다. 이후 카덴차가 나온 다음 마지막 변주로 넘어가고, 격렬한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며 마무리됩니다.





<Mozart / Piano Con. No. 24  K. 491>

Vikingur Olafsson(p), Paavo Järvi(cond)

Philharmonia Or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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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근
    • 2024.05.08 14:49
    서건석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 서건석
    • 2024.04.30 09:11
    댓글이 한 개라도 붙어 있으면 조회수가 늘어나는 까닭을 정확히 모르겠네요. 제가 싣는 음악글에서 글보다는 음악 듣기에 참여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글이 지겹도록 길은 탓인지는 몰라도 음악조차 듣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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