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72-1)
- 서건석
- 2024.04.21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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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 음악 감상자가 되기 위하여 ▣
3. 작곡가와 작품 알아보기(72-1)
72-1
♣ 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 모차르트가 남긴 피아노 협주곡이 모두 몇 곡인지 아시는지요? 27곡입니다. 자주 연주되는 곡도 많거니와 선호도의 순서를 말하기엔 너무 많은 숫자의 곡입니다만, 그래도 20번부터 27번까지는 들어보시고 어떤 곡이 더 맘에 드는지 생각해두십시요. 모차르트를 듣는 일은 곧 우리 몸의 휴식이자 우리 영혼을 정화시키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교향곡을 듣는 것보다 피아노 협주곡을 듣는 것이 우리 심신에 휴식을 제공해주며 우리 영혼을 정화시키기에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피아노 협주곡 20번(K. 466)부터 27번(K. 595)까지의 여덟 곡은 바로 ‘빈에서 보낸 10년’을 대표하는 걸작들입니다. 그중 20번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1785년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그의 다른 협주곡과 마찬가지로 세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모차르트의 곡 중에서는 드물게 단조로 되어 있으며, 그의 27개 피아노 협주곡 중 단조로 된 것은 이 곡과 24번 다단조의 두 곡밖에 없습니다. 이 곡은 단조의 조성을 지닌 최초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어둡고 비극적인 느낌을 강하게 풍깁니다.
모차르트가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작곡할 당시 그는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가장 괴로울 때 쓴 음악이 가장 아름다운 곡이 되었습니다. 그가 남긴 27곡의 피아노 협주곡 가운데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대표적 명곡이 바로 이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입니다. 이 곡은 단조 작품이기에 모차르트 작품의 일반적인 성격인 밝고 화려한 색채에서 벗어나 어둡고 우울한 음영이 짙게 드리운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곡입니다. 베토벤은 이 작품을 듣고 ‘이처럼 아름다운 곡이 있다니! 나는 도저히 저처럼 아름다운 곡을 쓸 수 없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이 곡이 너무 마음이 들어 1악장과 3악장에 멋진 카덴차를 붙여 이 작품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저도 한때 이 곡에 완전히 미쳐 지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곡에 미치면 어느 증상이 나타나는지 아시는지요? 먼저 그 곡을 되풀이해서 열심히 듣게 되겠죠. 이는 당연한 일이고, 그다음은 또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다른 연주자는 어떻게 연주했는가를 비교하며 듣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른 연주자의 음반을 구입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이 곡의 음반을 몇 장까지 구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외국에 나가서 산 적이 없이 국내에서만 구입했는데도 무려 55장까지 모았습니다. 반쯤 정신 나간 사람의 어처구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그래도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반 미쳐서 싸돌아다니다가 음반 구입해서 이 곡을 거푸 들었던 때가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얻는 법이 없다고 했어요. 남이 보기엔 정신 빠진 행동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제게는 값진 경험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George Szell이 지휘하는 Columbia Symphony Orchestra의 반주로 Rudolf Serkin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반이 내 귀에는 최고다 하는 것을 결론짓고서야 음반 수집에 관한 관심은 점차 식어버렸습니다.
이 협주곡은 이전 피아노 협주곡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갖고 있어요. 단조로 만들어진 첫 피아노 협주곡이라는 점과 이전 협주곡과는 달리 오케스트라의 중요성이 뚜렷하게 두드러져 과거 솔로 반주만 담당하는 관현악 부분이 독주 악기와 대등할 정도로 되었다는 점입니다.
1악장 알레그로에서는 첫 주제를 현악기들이 제시하는데, 뭔가가 불길하면서도 수수께끼 같은 화음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옵니다. 이 인상적인 주제부는 1악장에서 여러 번 반복됩니다. 우울하게 시작되는 관현악 서주에 뒤이어 맑고 청아한 피아노가 살며시 등장하여 마치 애달픈 사연을 들려주듯 조용히 속삭입니다. 피아노는 처음에는 아주 여리게, 마치 슬픔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표정으로 등장했다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점점 빠르고 화려한 기교를 펼쳐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는 매우 눈부신 카덴차가 펼쳐집니다.
2악장은 아름다운 로망스 악장입니다. 피아노 독주가 부드럽고 따사로운 주제를 제시하면서 시작합니다. 이어서 오케스트라가 피아노를 감싸 안습니다. 그렇게 독주와 관현악이 서로 떨어졌다가 끌어안는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1악장에서 독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긴장감이 넘쳤다면, 2악장에서는 서로를 위무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 줍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느낌으로만 일관한다면 음악이 별로 재미가 없어서인지 중간부에 살짝 다툼이 등장했다가 다시 처음의 따뜻한 분위기로 돌아옵니다. 오케스트라에 의해 악상이 발전하는 모차르트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이 펼쳐집니다. 밝고 아름답습니다. 단순하고 소박하여 동화적인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되는 따뜻한 선율로 구성되어 있지요. 그러면서도 어딘가 비애가 담긴 우수의 기분이 흐르고 있습니다. 단순한 듯한 음악이 진행되면서 한없는 슬픔을 안겨준다고 보면 됩니다. ‘단순하게 보이는 모차르트의 음악 속에 숨어 있는 복잡성을 찾아내는 것이 평생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한 모차르트의 신봉자 안네 소피 무터의 말을 대충 짐작할 것 같습니다. 이 악장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부분에 모차르트가 당구대 위에서 작곡하는 장면에 배경음악으로 나오면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우아하고 로맨틱하던 2악장과 달리 3악장에서는 템포가 빨라집니다. 빠르게 상승하는 악구들이 빈번히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슬픔을 살짝 머금은 피아노 솔로가 등장하고, 오케스트라가 그 뒤를 잔잔하게 받치는 동안 피아노는 점점 경쾌하고 빨라집니다. 이어서 오케스트라가 좀 더 분명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피아노와 긴장감 넘치는 협연을 주고받는 장면들이 빠르게 펼쳐집니다. 피아노와 관현악이 서로 싸움을 벌이듯 경연하는데 여기서는 어떤 강한 주장이 감지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장면은 피아노가 화려한 카덴차를 한차례 펼쳐낸 후,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울려 당당한 분위기로 곡을 끝맺습니다. 모차르트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거친 격정적이면서도 어둡고 비장한 느낌이 지배적이어서 베토벤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습니다.
<Mozart / Piano Con. No. 20 K. 466>
Yulia Miloslavskaya(p), PreCollege Orchestra Zűri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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