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34)

♬ 그리움에 대해 / 김기만

기다리면 별이 된단다

슬픔 한 조각으로 배를 채우고

오늘은 쓸쓸한 편지라도 쓰자

사랑하면서 보낸 시간보다

외로웠던 시간이 많았을까

그대 뒷모습

동백꽃잎처럼 진하게

문신되어 반짝이는 내 가슴 구석

노을이 진다 슬프도록

살아서 살아서 슬픈

추억 한줌으로 남아 있는 사랑을 위해

눈 감는 저녁 하늘 속에

별 하나가 흔들린다

사람의 뒷모습엔 온통 그리움뿐인데

바람이나 잡고

다시 물어 볼까, 그대

왜 사랑은

함께한 시간보다

돌아서서 그리운 날이 많았는지!…

◑ 이보다 더 진한 그리움이 있을까요. 구구절절이 그리움이 넘쳐나 온통 그리움뿐입니다. 이 사무치는 그리움의 슬픔이 편지 쓰는 일로 달래어질까요? 헛말이 될지 모르지만, 나는 그대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있는 그 순간에 왜 그리 많은 생각을 가졌는지요?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말고, 더 이상 무엇을 요구하지도 말고, 사랑을 느끼고 있는 그 순간에 오직 사랑에만 전념했어야 할 것을 돌아서서 지금 왜 그렇게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쩔쩔 매고 있는지요? ‘그대 뒷모습 / 동백꽃잎처럼 진하게 / 문신되어 반짝이는 내 가슴 구석’과 ‘추억 한줌으로 남아 있는 사랑을 위해’라는 구절이 제 마음을 슬쩍 건드리고 지나갑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