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23)

♬ 향기로운 말 / 이해인

매일 우리가 하는 말은

역겨운 냄새가 아닌

향기로운 말로

향기로운 여운을 남기게 하소서

우리의 모든 말들이

이웃의 가슴에 꽂히는

기쁨의 꽃이 되고

평화의 노래가 되어

세상이 조금씩 더 밝아지게 하소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될 리 없는

험담과 헛된 소문을

실어 나르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깨끗한 말을 하게 하소서

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사랑의 말을 하게 하시고

남의 나쁜 점보다는

좋은 점을 먼저 보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게 하소서

매일 정성껏 물을 주어

한 포기의 난(蘭)을 가꾸듯

침묵과 기도의 샘에서 길어 올린

지혜의 맑은 물로

우리의 말씨를 가다듬게 하소서

겸손의 그윽한 향기

그 안에 스며들게 하소서

◑ 내친 김에 이해인 님의 시를 하나 더 보탭니다. 수녀 시인인 이해인 님의 고운 말, 맑은 시어들, 포근한 시적 분위기는 이미 익히 알고 있는 터입니다. 그의 시를 접하면 심신이 모두 투명해지는 걸 느낍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깨끗하게 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그런 시를 씁니다. 그는 맑고 밝은 시를 쓰려고 이 세상에 온 사람이라고 여겨집니다. 이렇게 향기로운 말을 위해서 오신 분에게 병마의 아픔과 고통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그는 현재 항암 주사를 맞는 투병 생활 중에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말에 그윽한 향기가 배어 넘쳐나도록 애쓰면서, 시인의 빠른 쾌유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립니다.

◑ 사람들에게서 어떤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계속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하고 궁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습니다. 자신에게 유익한 약으로 삼고 오히려 겸허하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반드시 기쁨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씀바귀를 먹을 수 있어야 그 후에 단맛도 알게 됩니다. 꼭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평소에 가까운 이가 외면하는 박정함과 야박함, 결국 인간은 홀로 된 섬이라는 생각이 새롭게 듭니다. 다른 이들이 나에게 잘해 주었던 부분들을 더 자주 되새김하고, 누군가에게 내 쪽에서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는 이들이 그동안 말없이 인내해 준 나의 약점과 허물들을 기억하고 좋은 마음으로 참아내기로 하는 편이 나아요. 언제나 눈길은 온유하게, 마음은 겸허하게 지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게 결국 이롭게 작용하는 걸 알게 될 거예요.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