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37) : 연가(戀歌) / 윤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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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837)

 

 

♬ 연가(戀歌) / 윤상운

 

I

그대와 내가 마주 보고

그대가 나의 누구인가를 묻고 있을 때

그대는 내게서 멀어지고 있었네.

겨울의 눈덮인 들에 서건

별이 숨은 어두운 강에 서건

스스로 가득하며 따뜻했던 우리

우리가 거주할 정원의 나무

목련과 라일락 곁에서

정오가 던지는 은빛 그물 안에서

서로의 모습을 정립하려 했을 때

우리는 흔들리기 시작했네.

빛과 모습 기간을 뛰어넘는

사랑을, 장식하며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입맞춤 속에 녹아있는

모든 것은 무너지고 있었네.

 

II

잠길에도

잠의 끝에 이르기 전에

우리가 걷는 길은 끊어져 있었어.

바람이 뜨락을 채우는 자정

뜨락을 지키는 소롯한 나무

혼자서 키가 크는 나무 위에

그대가 기르는 새는

날아오지 않았어.

잠길에도

그대 사는 숲의 하늘을 알 길 없고

그림자만 긴 나무

낮과 밤이 엇바뀌는 끄트머리쯤

외가닥 바람으로 떠돌아도

그리움의 아슬한 끝은

잡히지 않았어.

풀잎에 맺히는 한 방울 이슬

이슬에 비치는

그대 사는 숲의 쟁쟁한 새소리

다가서면, 무수한 빛의 입자로

허공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어.

바람이 홀로 깨어 있는 뜨락

어둠에 싸여

나무는 그림자가 길었어.

 

III

그대와 나의 가슴을 뚫고

어둠의 알맹이가 종처럼 울린다.

바람이 흐르며 쌓이는 곳곳에

그대의 목소리가 흩어지고

앞뒤에서 문이 닫힌다.

그대가 밟고 간

어두운 들의 한쪽 끝

광주리의 햇살을 내려놓으며

건네주던 환한 아침을

가슴에 품어 온 거울에 금이 간다.

그대의 얼굴이 흩어져 날고

내가 밟는 어둠

무겁고 예리한 어둠이 살을 부신다.

그대와 나의 분별의 창에 피는

살의 파편

저울눈 위, 눈금을 부수는 그대

야윈 눈빛을 남겨 놓고

자신의 모습을 하나 하나 무너뜨린다.

어둠 속에

그대의 모습이 홀로 남아

어둠을 이고 일어나고 있다.

 

 

◑ 실연한 연인에 대한 절절한 감정을 독백적인 문체로 진술한 서사적 구조를 지닌 이야기 시입니다. 사랑의 파탄으로 인한 정신적 방황과 고통의 정서를 그리고 있죠. 사랑의 파탄을 깨달아 이를 받아들이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연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서가 드러나 있습니다. 정서의 전달을 위해서 애쓴 흔적이 있는데, 한 가지만 보면 각 연마다 종결어미가 다르죠. Ⅰ연은 ‘-네’, Ⅱ연은 ‘-어’, Ⅲ연은 ‘-다’로 되어 있죠. Ⅰ연은 ‘멀어짐’, Ⅱ연은 ‘흔들림’, 그리고 Ⅲ연은 ‘무너짐’의 심적 고통을 시간이 흐르는 순서에 따라 보여 주고 있습니다. 매우 쓸쓸한 정조를 지닌 한 편의 이별 편지를 읽는 기분이죠. 어떤 이는 마음이 무겁고 우울한 때면 한 번씩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곤 한답니다. 풋풋했던 그 젊은 시절의 안타깝게 설레던 사랑에 대한 애잔한 마음을 떠올리며.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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