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22) : 월식 / 강연호


가을들판1.jpg



나의 애독시(830)

 

 

♬ 월식 / 강연호

 

 

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 참으로 아름다운 연애시입니다. 대체로 고백투의 어법은 화자에게는 절실하지만 일방적인 하소연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 시는 사랑의 고백을 월식이라는 자연현상 위에 너끈히 얹어놓음으로써 묘한 감동을 이끌어 냅니다.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내가 우는 울음이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는 그대의 울음이라는 걸.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몸서리쳐지는 아득한 사랑이다. 지구가 달을 찾아 헤매 다니는 안타까운 사랑이다. 지구와 달이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돌고 돌며 찾아 헤맨 것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 역시 시작도 끝도 없다고 화자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이 시 속에서 짐작할 수 없는 우주의 광대한 에너지와 맞물려 공포스러운 사랑을 섬뜩하게 표현해 냈다.”라고 했는데 이해가 되시는지요? (펌)

 

◑ ‘사랑’을 어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사랑한다면서 나는 당신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진심이었을 거구요.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하면 할수록, 나는 사랑이란 말이 ‘평화’란 말이 다른 의미에선 ‘전쟁’과 동의어가 되는 것처럼 ‘인권’이란 말이 다른 의미에선 ‘억압’이 되는 것처럼 사랑이란 말과 감정이 절대적으로 상위 개념이 되어 갈수록 그것이 ‘전쟁’이고, ‘억압’이 된다고 느꼈습니다. 사랑은 평화롭지도 않고, 자유롭지도 않으며, 평등한 감정은 더더군다나 아닙니다. 사랑하는 법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세상엔 참으로 많아요. 사랑은 더 이상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을 때 멈춥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무엇을 위해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그에 맞추고자 하는 의지가 멈출 때, 사랑이란 나는 그대로 있으면서 나와 맞는 누군가를 찾거나 그 사람이 나에게 맞추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동안 우리는 다만 제 울음에 귀기울이고, 제 그림자에 도취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제 울음만 듣는 동안, 제 그림자에만 가리워져 있는 동안 사랑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만난 뒤에도 사랑은 여전히 두렵습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존재로 탈바꿈해야만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면 당신이 사랑하는 나는 무엇이며, 그렇게 해서 내가 얻는 사랑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요?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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