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800) :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간이역4.jpg



나의 애독시(800)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니, 이미 이 세상에 오기 전 저 세상 끝에

무엇인가를 나는 놓고 왔는지도 모른다

쓸쓸한 나룻가에 누군가를 버리고 왔는지도 모른다

저 세상에 가서도 다시 이 세상에

버리고 간 것을 찾겠다고 헤매고 다닐는지도 모른다

 

 

당신은 이 세상에 오기 전 무엇을 놓고 왔는지 기억하시나요? 아니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갈 때 가지고 가고 싶은 무엇이 있는가요? 예상치도 못한 어떤 일로 저 세상으로 급히 가는 바람에 가지고 가지 못하고 그냥 갔다가 아쉬워하며 가지고 올 걸 하는 후회할 만한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는가요? 이제 어느덧 나이가 들어버렸죠. 이 지상에 새롭지 않은 것이 없다고 여겨지지만, 걸어온 길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날, 가볍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누구 말대로 지내놓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많은 밤을 눈물로 새운 사랑의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거리를 메우고 도시에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이올시다요.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고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은 날, 이쯤에서 지상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겠지요. ()


이 시는 시인의 연륜이 배어 있는 시라고 느껴지지 않나요.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이력에 대해서 그리움과 회오(悔悟)를 갖게 마련이고,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사람일수록 이런 마음은 더 커지겠지요.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이 잃어버린 무엇누구를 찾고 있군요. 그런데 이 존재는 마지막까지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어요. 이미 저 세상 어디에 두고 온 존재일지로 모른다고 한 걸 보면 그 존재는 분명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가 아님을 알 수 있어요. 그러므로 화자가 찾고 있는 대상은 참된 자아이거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일 겁니다요. 이런 자아를 별정 우체국에 가서도 찾고 간이역에 가서도 찾으며 좁은 골목이나 쓰레기들이 널려 있는 저잣거리에서도 찾지만 만나지 못하지요. 현실에서 대상을 찾지 못하자, 아마 저 세상에 그것을 두고 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또 죽고 난 다음 세상에서도 이 세상에 두고 온 그것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무엇인가를 놓쳤고, 현실의 삶 속에서도 무언가를 놓치고 있으며 죽은 후에도 이 세상에 뭔가를 두고 갈 것입니다. 시인은 바로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며 놓친 것들을 찾아 나서며 자신을 완성하고자 합니다요. 완벽한 인간이라면 결코 생각할 수 없는, 불완전한 인간, 바로 필부, 범부, 그저 평범한 인간, 보통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요 자기성찰이지요. 어딘가 허점이 보이는, 그러나 그 허점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는 내 삶의 모습 그래서 이 시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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