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95) : 가을이 오면 / 김용석

가을이오면1.jpg



나의 애독시(795)

 

 

가을이 오면 / 김용석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 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 솔방 = 몽땅, 전부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오래간만에 동시(童詩)와 만납니다. 그런데도 누구는 해마다 가을이 오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시라고 합디다.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은 가을인데, 하지만 꽃은 져도 향기는 바람을 따라 세상 어디엔가 떠돌고 있겠지요. ‘왜 꽃은 나비에게, 벌에게, 바람에게 모든 걸 다 주고도 잃은 건 하나도 없다고 했을까?’를 생각하면, 줌으로써 더 풍요해지는 사랑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모든 걸 다 내어주고 꽃은 사라져도 그 속 깊은 곳에는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는 거지요.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지만, 우리가 이런 사실을 깨우치지 못하고 그냥 살뿐입니다. 이런 우둔함도 벗어나야 할 삶의 한 모습입니다만, 평생 지니고 있으면 덜 떨어진 사람으로 남는 것이겠지요.

 

오늘날과 같은 물질문명의 시대에 인간의 욕망을 탓할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추세가 심화 · 지속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세상은 개인의 인격과 권리가 존중되고, 상식이 통하면서 사람 냄새 나는 그런 곳일 테니까요. 그러나 물욕이 정신을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인심이 사나워지고 말은 거칠어지기 십상입니다. 시기와 불신, 갈등과 다툼이 끊이질 않으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습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들 하면서도 어쩌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로 돌아섭니다. 꽃은 자신을 모두 내어줌으로써 더 많은 열매로 거듭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순환을 보여줍니다. 우리도 꽃처럼 사랑을 베푸는 겸손한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게 적은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탐내는 사람입니다"(세네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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