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72) : 하늘 / 박두진


하늘.jpg



나의 애독시(772)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모습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이 시는, 맑고 푸른 초가을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샘솟는 생의 기쁨과, 나아가 자연과의 합일(合一)을 이루는 경지를 나타낸 작품이지요. 박두진이 노래하는 자연은 다른 청록파 시인들이 추구하는 목가적 세계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종교적 신앙과 일체화된 신성(神性)을 나타내는 자연입니다. 1연서 4연까지는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가 그 아름다움에 도취됨으로써 무아지경(無我之境)에 빠져들어 자연의 넓은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하늘과 하나가 된 희열감(喜悅感)과 함께 자연의 숭고함에 대한 시인의 경건한 자세가 드러나 있습니다. 5연에서 7연에서는 시상이 점차 고조되어 능금처럼 내 마음이 익는다라는 마지막 행에서 그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따가운 볕 / 초가을 햇볕으로세속에 물든 자신의 육신을 씻어낸 다음, 그 깨끗해진 가슴에 절대 순수의 하늘을 가득 채워 넣었을 때, 마침내 영혼은 빨갛게 익어가는 능금처럼성숙, 결실됨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의 하늘은 단순히 자연의 일부가 아니라, 세속화된 영혼을 맑게 씻어줌으로써 그의 삶을 살찌우는 생명수가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하늘은 생명의 근원이며, 일종의 종교적 구원의 주체요, 경외(敬畏)의 대상인 절대적 하늘로 우리 민족의 경천(敬天)사상과 맥락이 닿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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