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68) : 뿌리에게 / 나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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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68)

 

뿌리에게 / 나희덕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의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네 숨결 처음 대이던 그 자리에 더운 김이 오르고

밝은 피 뽑아 네게 흘려보내며 즐거움에 떨던

아 나의 사랑을

 

먼 우물 앞에서도 목마르던 나의 뿌리여

나를 뚫고 오르렴,

눈부셔 잘 부스러지는 살이니

내 밝은 피에 즐겁게 발 적시며 뻗어가려무나

 

척추를 휘어 접고 더 넓게 뻗으면

그때마다 나는 착한 그릇이 되어 너를 감싸고,

불꽃 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

네 뻗어가는 끝을 하냥 축복하는 나는

어리석고도 은밀한 기쁨을 가졌어라

 

네가 타고 내려올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살을 보아라

이제 거무스레 늙었으니

슬픔만 한 두릅 꿰어 있는 껍데기의

마지막 잔을 마셔다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 하냥 : ‘, 계속하여 언제나의 방언

* 두릅 : ‘두름의 방언

 

 

이 시를 읽고 어디까지 떠올렸을지 모르겠지만, 절절한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시입니다. 이 작품은 뿌리와 흙의 관계를 통해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뿌리가 성장할수록 흙은 영양분이 고갈되어 딱딱해지고 거칠어지기 마련입니다. 뿌리가 다 자란 후에 딱딱해지고 거무스레해진 흙은 다시 연하고 부드러운 흙으로 일구어져 또 다른 생명을 낳고 기르지요. 우리는 이러한 자연 현상에서 자식을 위해 헌신적인 사람을 실천하며 자신을 늙어 가는 부모님의 사랑, 특히 모성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이러한 자연의 순환 과정을 모티프로 삼아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위한 헌신적인 사랑을 표현한 것입니다요.

 

시인은 자신을 흙에 비유해, 인간이라는 존재가 또 다른 존재에게 하나의 토양이 되는 따뜻함을 그립니다. ‘나는 연한 흙이라는 표현은 여성적 본능과 모성적 사랑입니다. 시적 화자는 사랑으로 품어 준 의 성장을 축복하고 사랑의 기쁨이 충만하던 때를 되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삶의 슬픔까지를 사랑으로 승화시켜 에게 쏟아 주면서 자신을 완전히 비우게 되는군요. 그러면서 머지않아 밝고 따뜻한 세상이 도래하면 가 건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사랑의 삶을 영위하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시적 화자는 생명력이 충만한 세계()의 도래에 대한 기대 속에서 의 성장에 대한 확신과 함께 새로운 대상에 대한 사랑의 의지를 분명히 합니다. ‘불꽃같은 바람이 가슴을 두드려 세워도자신보다는 타인을 축복할 수 있는 넉넉함을 지닐 수 있다면 얼마나 충만한 삶일까요? 어렵지 않게 읽히면서 표현이나 비유는 아주 친근한 느낌을 갖게 만듭니다. 넉넉한 大地的 모성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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