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59) : 구절초 꽃 / 김용택


첨부파일



나의 애독시(759)

 

 

구절초 꽃 / 김용택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강가로

산그늘을 따라서 걷다 보면은

해 저무는 물가에는 바람이 일고

 

물결들이 밀려오는 강기슭에는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이

물결보다 잔잔하게 피었습니다

 

구절초꽃 피면은 가을 오고요

구절초꽃 지면은 가을 가는데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산너머 그 너머 검은 산 넘어

서늘한 저녁달만 떠오릅니다

 

구절초꽃 새하얀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일종의 취향이겠지만 정원의 꽃보다 야생의 꽃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지요. 인간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 비바람 맞고 들이나 산에서 살아가는 모습에서 강한 생명력을 느낀다고 하지요. 사람들이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꽃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노란 색상의 산국 말고 흰빛에 붉은 빛이 도는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들이나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 부류의 가을꽃이라고 합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분하지 않고 대충 들국화라고 부르는 건 그만큼 꽃에 무관심하다는 것이고(저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더 나아가 가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고 하네요. 실천될지 모르나 이제라도 꽃이름, 풀이름, 나무 이름을 하나씩 제대로 배워봅시다.

 

이 시를 읽고 눈을 감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보았던 구절초꽃들이 아련하게 떠오릅니다. 뒹굴며 놀던 양지바른 무덤가에 소담히 핀 구절초꽃, 보성강 강가 논둑에서 강물 속에 그림자를 빠뜨린 구절초꽃, 보초를 서다가 바라보던 달빛을 살포시 머금은 구절초꽃, 문을 열면 바라다보이는 중흥사 도총섭 앞의 구절초꽃, 그렇게 제 마음은 강물처럼 흘러갑니다. 이런 것이 시구나! 이런 것이 시의 힘이구나! 읽으면서 저절로 음률을 붙이게 되는 시, 읽으면서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시, 다 읽고 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되는 시, 바로 이 시가 그런 시입니다. 하루해가 다 저문 저녁 강가에 시인은 산책을 나갔습니다. 산 너머, 그 너머, 해가 지면서 푸른 산이 검은 산이 되었을 때, 검은 산 너머 서늘한 저녁달이 떠오릅니다. 그 시각, 강가에서 구절초꽃을 보셨는지요? 구절초꽃 새햐안 구절초꽃에 달빛만 하얗게 모여듭니다. 소쩍새만 서럽게 울어댑니다. 이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아름답기만 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서러움도 있어서, 안타까움도 있어서, 그리고 구절초꽃이 있어서, 구절초꽃 옆에 강물이 흐르고 있어서, 그것을 바라다보는 내가 있어서 아름답습니다.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3,098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3098서건석05:411
3097서건석26.07.2610
3096편영범26.07.2514
3095편영범26.07.2515
3094서건석26.07.2510
3093서건석26.07.2411
3092서건석26.07.2312
3091서건석26.07.2217
3090uhmk7426.07.2130
3089서건석26.07.2124
3088모하비26.07.2040
3087서건석26.07.2021
3086서건석26.07.1923
3085서건석26.07.1825
3084서건석26.07.1725
3083서건석26.07.1629
3082서건석26.07.1520
3081서건석26.07.1426
3080서건석26.07.1325
3079서건석26.07.1226
3078서건석26.07.1129
3077서건석26.07.1033
3076서건석26.07.0929
3075서건석26.07.0831
3074서건석26.07.0729
3073모하비26.07.0658
3072서건석26.07.0634
3071서건석26.07.0531
3070서건석26.07.0433
3069서건석26.07.0335
3068서건석26.07.0228
3067서건석26.07.0131
3066서건석26.06.3035
3065모하비26.06.2943
3064서건석26.06.2929
3063서건석26.06.2825
3062편영범26.06.2753
3061편영범26.06.2762
3060서건석26.06.2737
3059서건석26.06.2637
3058서건석26.06.2533
3057서건석26.06.2464
3056모하비26.06.2350
3055서건석26.06.2338
3054서건석26.06.2241
3053서건석26.06.2132
3052서건석26.06.2029
3051서건석26.06.1936
3050서건석26.06.1840
3049서건석26.06.1742
3048서건석26.06.1636
3047모하비26.06.1560
3046서건석26.06.1541
3045서건석26.06.1442
3044서건석26.06.1345
3043서건석26.06.1243
3042서건석26.06.1140
3041서건석26.06.1073
3040서건석26.06.0953
3039모하비26.06.0852
3038서건석26.06.0857
3037서건석26.06.0741
3036서건석26.06.0658
3035서건석26.06.0549
3034서건석26.06.0446
3033서건석26.06.0343
3032서건석26.06.0245
3031모하비26.06.0184
3030서건석26.06.0144
3029서건석26.05.3144
3028서건석26.05.3044
3027서건석26.05.2953
3026서건석26.05.2847
3025서건석26.05.2744
3024서건석26.05.2646
3023모하비26.05.2576
3022서건석26.05.2559
3021서건석26.05.2446
3020서건석26.05.2346
3019서건석26.05.2254
3018서건석26.05.2150
3017서건석26.05.2063
3016서건석26.05.1956
3015모하비26.05.1863
3014서건석26.05.1842
3013서건석26.05.1755
3012서건석26.05.1648
3011서건석26.05.1549
3010서건석26.05.1440
3009서건석26.05.1366
3008서건석26.05.1245
3007서건석26.05.1151
3006서건석26.05.1073
3005서건석26.05.0963
3004서건석26.05.0859
3003서건석26.05.0744
3002서건석26.05.0645
3001서건석26.05.0564
3000모하비26.05.0482
2999서건석26.05.0457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