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55) :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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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55)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 장석남

 

 

내 작은 열예닐곱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이제 겨우 막 첫 꽃 피는 오이넝쿨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의 닷마지기 땅을 빼앗기어 허둥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어쩌다 말도 없이 그앨 만나면 내 안에 작대기로 버티어놓은 허공이 바르르르르 떨리곤 하였는데

서른 넘어 이곳 한적한, 한적한 곳에 와서 그래도는 차분해진 시선을 한 올씩 가다듬고 있는데 눈길 곁으로 포르르르르 멧새가 날았다.

이마 위로, 외따로 뻗은, 멧새가 앉았다 간 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차마 아주 멈추기는 싫여 끝내는 자기 속으로 불러들여 속으로 흔들리는 저것이 그때의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외따로 뻗어서 가늘디가늘은, 지금도 여전히 가늘게는 흔들리어 가끔 만나지는 가슴 밝은 여자들에게는 한없이 휘어지고 싶은 저 저 저 저 심사가 여전히 내 마음은 아닐까.

아주 꺾어지진 않을 만큼만 바람아,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어디까지 가는 바람이냐.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어여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우리의 삶을 생기롭게 만드는 것, 그건 혹시 떨림이 아닐까요? 온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기울게 만들거나, 마음속에서만 스쳐 지나가는 희미한 흥분으로 끝나거나 그 떨림이 없었더라면 삶은 밝은 빛을 잃고 무미건조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일찍이 열예닐곱 나이에서부터 서른을 지나 불혹의 나이를 훨씬 넘긴 후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 밝고 따스한 불을 켜 줄 수 있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은연중 희구하게 됩니다요. 비록 그것이 산새 한 마리가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의 떨림처럼 미미한 것일지라도. ‘외따로 뻗어서 가늘디가늘은, 지금도 여전히 가늘게는 흔들리어 가끔 만나지는 가슴 밝은 여자들에게는 한없이 휘어지고 싶은 저 저 저 저 심사가 여전히 내 마음은 아닐까.’. ‘어디까지 가는 바람이냐에서 바람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 보시지요.

 

봄바람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 보면 봄철에 불어오는 바람을 뜻한다는 풀이와 봄을 맞아 이성 관계로 들뜨는 마음이나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설명이 함께 나옵니다. 봄은 무엇이든 들뜨게 하는 계절입니다. 시인은 오이넝쿨만 한 여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겼던열일곱 소년 시절 봄바람을 기억해냅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또 봄날이 찾아왔습니다. 때맞춰 멧새 한 마리가 가느다란 가지에 앉아 있다가 날아갑니다. 멧새가 앉아 있던 가지가 바르르 떨립니다. 시인은 바르르 떨리는 가지를 보며 십수 년 전 첫 순정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인은 깨닫습니다. 아주 꺾어지지 않을 정도로 불어오는 바람에 바르르 떨리는 것이 곧 인생임을. 단단하게 버티기보다는 가끔 흔들리는 게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시 제목을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같이라고 지은 이유를 충분히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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