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29) : 유월(六月) / 김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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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29)

유월(六月) /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白晝(백주)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蜀葵花(촉규화) 한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 속에서 나오니

유월 햇빛이 밝다

열무우 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우 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무위자연이란 말이 있지요. 그 말은 무위, 무욕, 무사의 상태에서 자연과의 완전한 조화를 이루려는 태도이고, 정신의 자유를 누리려는 그윽한 경지라고 합니다. 이런 무위자연의 심경이 이 시에는 잘 드러나 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내밀한 풍정, 자연스러운 삶의 풍경, 그리고 무심한 심사가 함께 어울려 조응을 이루면서 무위, 무욕, 무사로서의 허심의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온갖 세상의 번잡한 대립과 갈등이 사라진 인간과 세계,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합일되는 조화로운 모습이 훌륭하게 형상화되어 있는 시입니다. 읽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조용히 가라앉는 느낌이 들게 되지 않던가요? ()

 

이 시에서 정적인 한국화로 그려진 한 폭 유월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서 마치 나 자신이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는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여기 동원된 시어들은 열무꽃처럼 모두 나지막하고 조용하여 그 내밀한 서정을 자잘하게 잘 드러내 보입니다. 번잡스런 세상으로부터 비켜나 모든 시름 다 잊고 오로지 유월의 햇빛 속에서 자연과 조응하는 모습입니다. 고향 진해의 김달진 시비에 새겨진 시인 동시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열무꽃>에서도 그리운 고향의 정경과 함께 인간과 자연이 평등하게 어울려 사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어요. ‘가끔 바람이 오면/ 뒤울안 열무 꽃밭 위에는/ 나비들이 꽃잎처럼 날리고 있었다./ 가난한 가족들은/ 베적삼에 땀을 씻으며/ 보리밥에 쑥갓쌈을 싸고 있었다./ 떨어지는 훼나무 꽃향기에 취해/ 늙은 암소는/ 긴 날을 졸리고 졸리고 있었다.’ 이렇듯 김달진의 시는 욕심 없이 자연을 바라보거나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사유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후반기 김달진 시의 특징은 선()으로 시를 짜고, 시로서 선을 여는 고고한 정신주의에 입각해 있습니다. 한학자이기도 한 그의 남겨진 많은 저술과 결코 가벼이 평가할 수 없는 시 세계이지만 생전의 시인과 그의 시는 일반에게 그다지 큰 반향과 조명을 받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후 제정되어 올해 26회째인 김달진 문학상은 국내 최고 수준의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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