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17) : 공휴일 / 김사인


다리1.jpg




나의 애독시(717)

 

공휴일 / 김사인

 

 

중랑교 난간에 비슬막히 식구들 세워놓고

사내 하나 사진을 찍는다

햇볕에 절어 얼굴 검고

히쭉비쭉 신바람 나 가족사진 찍는데

아이 들쳐업은 촌스러운 여편네는

생전 처음 일이 쑥스럽고 좋아서

발그란 얼굴을 어쩔 줄 모르는데

큰애는 엄마 곁에 붙어서

학교에서 배운 대로 차렷을 하고

눈만 때굴때굴 숨죽이고 섰는데

그 곁 난간 틈으로는

웬 코스모스도 하나 고개 뽑고 내다보는데

짐을 맡아들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부산도 한데

 

 

사내는 햇볕에 절어 얼굴이 검고 아이 들쳐업은 여편네는 촌스럽기 짝이 없어요. 그리고 큰 아이는 엄마 곁에 붙어서 눈을 때굴때굴 굴리고 섰구요. 멋진 바닷가도 해외 여행지도 아닌 기껏 중랑교 난간 위. 그러나 사내는 신바람이 나서 사진을 찍습니다. 가족사진을 찍습니다. 그렇습니다. 가족을 찍습니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지요. 그 난간 틈으로 코스모스 하나 웬일이야? 고개를 뽑아 내다보고 짐을 맡아든 장모인지 시어미인지는 오가는 사람들 저리 좀 비키라고 손사래를 칩니다. 그렇습니다. 사진을 찍습니다. 가족사진을 찍습니다. 저 가족의 틈에 끼고 싶어요. 아무 말 없이 볕 좋은 풍광 아래에 서서 촌스러움과 때굴때굴 굴리는 눈과 손사래 치는 부산스러움에 감염되고 싶습니다. 사진을 찍느라 질끈 한눈을 감으며 이를 가득 드러낸 사내의 신바람 속에 슬그머니 스며들고 싶군요. ()

 

저절로 미소가 번지지 않는지요. 공휴일, 모처럼 가족사진 찍는 부산한 풍경의 모습이 정겹기조차 합니다. 평범한 일가족사의 한 때가, 온통 푸근한 정감으로 뚝뚝 묻어납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결코 빛이 바래지 않을 이 선명한 시간 한 장이 되겠지요. 여기서 관심의 초점이 되는 것은 역시 공휴일을 맞아 모처럼 야외에서 하루를 즐기는, 가난한 서민의 삶과 그 소박하고 단순한 인간성이지요. 이 작품의 어조는 매우 따스하고 긍정적이며 화해적입니다그려. 묘사시 또는 회화시에서는 인간상도 제시되지도 않으며, 화자의 정체도 보다 감추어지는 것이 전형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언술 내용의 주체가 부재하고 언술행위의 주체인 시인만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이 시인의 존재를 역시 의식하지 않게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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