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701) : 밥 / 신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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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701)

 

/ 신지혜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밥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 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 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 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외식인 밥 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 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여보세요?"

"응 나 성현인데, 밥은 먹었냐?"

".. 아직. 같이 밥 먹자."

 

밥은 먹었냐는 인사말은 따뜻합니다. 퇴직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욱 그렇습니다. 점심때쯤 밥 먹었냐는 전화, 그리고 같이 밥 먹자는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가 외롭지 않고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같이 밥 먹자는 전화가 그리 쉬운가요. 둘이 있어도 어색하지 않아야 하고 시간이 허락되어야 하고 마음이 열려야 하는 말입니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전화할 때 묻는 말, 밥은 먹었냐?입니다. 밥 굶는 세상은 아니지만 혼자 살고 있기 때문에 부모로서 묻는 인사이지요. 먹고 살겠노라고 일하면서 밥 한 그릇 따뜻하게 못 먹는 것은 서럽고 애처로운 일입니다. 가난하게 살았어도 밥을 굶지는 않았습니다. 밥 대신 고구마나 수제비로 때우는 경우도 많았고 쌀이 넉넉하지 못해 고구마밥, 무밥 등으로 먹는 때도 많았지만 물로 배를 채우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밥 때문에 서럽지는 않았습니다. 어른이 되면서 밥 한 그릇이 내 입으로, 새끼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참 쉽지 않음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참고 견디는 시간들도 많았습니다. 모든 게 밥그릇 싸움인 세상 속에서 나름 철밥통이라는 공무원(교사)으로 살아서 내 밥그릇 빼앗기는 상황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서 얼마든지 보는 상황입니다. 9,900원 가진 사람이 10,000원을 채우기 위해 100원 가진 사람에게서 힘과 권력을 이용해 그 100원을 빼앗는 일. 빼앗긴 그 사람에게는 100원이 전 재산인데, 일자리, 밥그릇 싸움이 그렇게 될 때 그것은 극악무도하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가장 원초적이며 기본적인 밥 먹는 일, 거기에 올인하며 살 일도 아니지만, 함부로 말할 것도 가볍게 생각할 일도 아닙니다. 다 먹고 살자는 거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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