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90) : 애국자 / 이재무


시래기국.jpg




나의 애독시(690)

 

애국자 / 이재무

 


나는 시래기국을 좋아한다 나는 얼큰 수제비를 좋아하고 소면을 삶아서 우려낸 멸치국물에 넣은 가는 국수를 좋아한다 나는 비계를 넣고 끓인 비지를 좋아한다 나는 밀개떡을 좋아하고 수수팥떡을 좋아한다 나는 되직한 된장국을 좋아하고 맵고 칼칼한 칼국수를 좋아한다 나는 동짓날의 새알이 들어있는 팥죽을 좋아하고 얼음이 동동 뜬 동치미를 좋아한다 나는 장아찌를 좋아하고 마늘쫑을 좋아한다 나는 슴슴한 가지나물, 가지나물, 고사리나물, 콩나물, 명이나물, 톳나물, 돌나물, 돈나물, 시금치나물, 취나물, 숙주나물을 좋아한다 나는 냉이무침, 달래무침, 머위무침을 좋아한다 나는 배추 국, 무국, 토란국을 좋아한다 나는 강된장을, 데친 호박잎에 싸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깻잎저림을 좋아한다 나는 구운 김을 좋아한다 나는 감자볶음, 버섯볶음을 좋아한다 나는 붕어찜을 좋아한다 나는 석쇠에 구운 미꾸라지를 좋아한다 나는 된장을 풀어 민물새우에 애호박을 썰어 넣고 끓은 민물새우탕을 좋아한다 나는 한여름 밤 마당에 펼쳐 놓은 멍석에 앉아 늦은 저녁 밥상 위에 올라온 물김치에 뜬 별빛을 수저로 떠먹는 것을 좋아한다 논둑을 타고 올라와, 따라 놓은 막걸리 사발에 덤벙덤벙 뛰어든 노란 개구리 울음 방울들을 손가락을 휘저어 목젖이 꿈틀대도록 벌컥벌컥 마시기를 좋아한다

 

행사장에 태극기를 들고 나가지 않지만 나는 애국자다

 

 

이재무 시인의 애국자나와 너의 상관관계’, 또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성찰의 산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입맛과 그 미식 취향을 적어본 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는 충청도 두메산골 출신이며, 이 두메산골 출신답게 토속적인 미식 취향과 그 입맛을 사랑합니다. 시인이 좋아하는 음식은 그 종류도 아주 많고, 특히 충청도 사람들이 입맛에 맞는 것들이 그 주종을 이룹니다. 이 음식들은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의 입맛에 맞는 미식 취향이고, 오늘날의 서구화된 신세대의 미식 취향과는 동떨어진 것들입니다. 시대가 다르고, 출신 성분이 다르면, 그때 그때마다 그 입맛과 미식 취향이 변모를 하게 됩니다. 그런데, , 하필이면, 시인은 이미 서구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사울 한복판에서, 이미 흘러간 유행가처럼 시대착오적인 입맛과 미식 취향을 애국자의 그것으로 포장해 놓았단 말인가요? 자기 자신의 입맛에 맞으면 영원한 애국자가 되고 영원한 동지가 될 수가 있단 말인가요? 적어도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시인이 자기 자신의 입맛과 미식 취향을 애국자의 그것으로 포장한 것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역사와 전통을 사랑하고, 이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나갈 때, 그것인 진정한 애국자의 길임을 역설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시에 등장한 음식 이름과 음식 재료는 순수한 우리말과 한국적 특산물로 되어 있고, 이것이 시인의 한글 사랑과 나라 사랑의 참다운 증거가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듯이 모국어의 피가 흐르고, 한국인에게는 한국인의 몸매가 있듯이, 한국적 특산물의 효과가 배어 있는 것입니다. 한국인 한국어를 사랑하는 것도 애국자의 길이고, 한국인 한국적 특산물을 사랑하는 것도 애국자의 길입니다. 한국어의 사랑과 한국적 특산물의 사랑이 진정한 애국자의 길이지, 태극기를 들고 나서는 일이 애국자의 길의 전부는 아닙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입니다.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3,015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3015모하비11:204
3014서건석05:147
3013서건석26.05.1718
3012서건석26.05.1618
3011서건석26.05.1520
3010서건석26.05.1422
3009서건석26.05.1326
3008서건석26.05.1222
3007서건석26.05.1121
3006서건석26.05.1031
3005서건석26.05.0924
3004서건석26.05.0826
3003서건석26.05.0729
3002서건석26.05.0618
3001서건석26.05.0529
3000모하비26.05.0443
2999서건석26.05.0430
2998서건석26.05.0326
2997서건석26.05.0225
2996서건석26.05.0128
2995서건석26.04.3027
2994서건석26.04.2931
2993서건석26.04.2823
2992모하비26.04.2767
2991서건석26.04.2724
2990서건석26.04.2623
2989편영범26.04.2550
2988편영범26.04.2541
2987서건석26.04.2520
2986서건석26.04.2425
2985서건석26.04.2324
2984서건석26.04.2231
2983서건석26.04.2125
2982모하비26.04.2060
2981서건석26.04.2024
2980서건석26.04.1925
2979서건석26.04.1826
2978서건석26.04.1741
2977서건석26.04.1630
2976서건석26.04.1523
2975서건석26.04.1423
2974모하비26.04.1356
2973서건석26.04.1332
2972서건석26.04.1229
2971서건석26.04.1129
2970서건석26.04.1022
2969서건석26.04.0923
2968서건석26.04.0841
2967서건석26.04.0725
2966모하비26.04.0646
2965서건석26.04.0625
2964서건석26.04.0531
2963서건석26.04.0431
2962서건석26.04.0327
2961서건석26.04.0231
2960서건석26.04.0134
2959서건석26.03.3134
2958모하비26.03.3048
2957서건석26.03.3027
2956서건석26.03.2931
2955편영범26.03.2853
2954서건석26.03.2833
2953서건석26.03.2738
2952서건석26.03.2653
2951서건석26.03.2542
2950서건석26.03.2443
2949모하비26.03.2352
2948서건석26.03.2328
2947서건석26.03.2238
2946서건석26.03.2123
2945서건석26.03.2039
2944서건석26.03.1934
2943서건석26.03.1826
2942서건석26.03.1746
2941서건석26.03.1641
2940서건석26.03.1535
2939서건석26.03.1435
2938서건석26.03.1353
2937모하비26.03.1264
2936서건석26.03.1233
2935서건석26.03.1132
2934서건석26.03.1039
2933서건석26.03.0941
2932서건석26.03.0834
2931서건석26.03.0736
2930서건석26.03.0640
2929서건석26.03.0535
2928서건석26.03.0433
2927서건석26.03.0348
2926서건석26.03.0234
2925서건석26.03.0142
2924서건석26.03.0138
2923서건석26.02.2846
2922서건석26.02.2834
2921편영범26.02.2850
2920편영범26.02.2863
2919서건석26.02.2566
2918서건석26.02.2445
2917서건석26.02.2334
2916모하비26.02.2260
화살표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