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85) : 교대역에서 / 김광규


교대역.jpg




나의 애독시(685)

 

교대역에서 / 김광규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로

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

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

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

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서로 바쁜 길이라 잠깐

악수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모두

서울에 살고 있지만

 

 

전철 환승역은 늘 붐빕니다. 이쪽에서 내려 저쪽으로 가는 사람, 저쪽에서 내려 이쪽으로 오는 사람. 사람과 사람들이 서로 부딪치며,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저마다 가기 위하여 서로 부딪치며 교차합니다. 마치 복잡한 세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곳. 전철 환승역이지요. 이 바쁘고 복잡한 와중에 옛 친구를 만납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그저 의례적인 안부만 나누고 이내 헤어집니다. 그러고는 그 친구 다시는 만나지를 못합니다. ‘나 모두 같은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렇듯 자기 사는 일에만 바쁜 것, 이것이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입니다. 자신의 길만을 달려가고 있는 현대인들, 어느 의미에서 참으로 외로운 사람들이지요. 우리들 모두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하여, 이 시간 서둘러 전철을 갈아타야 하는 쓸쓸한 환승객들이 아니던가요. ()

 

대한민국에서 복잡한 전철역 가운데 하나가 교대역이지요. 3호선에서 2호선 갈아타는 그 북새통 속에서 반세기 동안 잊었던 지인, 혹은 고향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 한 잔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우리들은 대부분 그냥 헤어지고 맙니다. ‘어 너구나, 맞구나. 응응 그래 그래, 또 보자인사를 나누고 스치듯 돌아서고 난 뒤의 알 수 없는 허전함이 시 속에 가득합니다. 가느다란 하나의 획을 그으며 사라져 가는 이런 만남들은 이 시대가 얼마나 외로운 시대인가를 증명합니다. 앞이라 불리는 그 방향도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헤어져 서로의 길을 급하게 가면서 이들 마음속에 오래된 통증 같은 허허로움이 흔들렸을 겁니다. 그렇게 만나고 헤어져 간 이들 모두, 어디선가 잘 지내고 있기를 빕니다. ()


3호선과 2호선이 만나고 헤어지는 환승역에서 일어난 이 일, 어쩐지 낯익은 풍경, 낯익은 모습이 아닌가요. 반세기-이렇게 훌쩍 지나간 시간을 아무렇지 않게 말할 나이의 사람들이니 60은 넘었을 것. 코흘리개 시절, 사춘기 시절의 친구들의 우연한 상봉! 손을 잡고 흔들면서 반갑다고 하지만 그뿐,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사는 것까지 알았지만, ‘언젠가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우리 언제 한 번 만나세하는 인사를 건네고 아쉬운 표정으로 총총히 돌아선다 해도 그것이 빈 말인 것을,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없다는 것을 알아서일까. 씁쓸하다, 하다가 내가 지키지 못한 언젠가가 내게 오지 않은 언젠가가 생각나 더 쓸쓸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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