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80) : 사랑을 위한 각서 12 / 강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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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독시(680)

 

 

사랑을 위한 각서 12 / 강형철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칸나꽃 붉게 폈던 여름이었나

그대 왼손을 들어 헝클어진 머리칼 올려

땀을 닦던 유리창 곁이었나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세월은 흘러 너와 나의 얼굴엔

시간이 숨 쉬고 간 그늘만 아득하고

그때 서로에게 기댄 이야기가 가늘고 긴

주름으로 기울었는데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

우부룩한 잡풀더미 속

칸나꽃 붉게 피어 우르르 밀려와

저기서 문득 멎었는데

 

 

 

여름의 사랑은 붉은 칸나꽃을 배경으로 피어나야 제격인 것 같군요. 그보다 이 시는 우리 시가 소홀히 하는 리듬이 무척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지요. 누구나 첫사랑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겁니다. 그 첫사랑의 서투름과 풋풋함이 나이 들수록 그리워지면서 말입니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좋았던 기억, 좋았던 사람, 그와 함께 보낸 수많은 시간들과 나눴던 수많은 이야기들, 함께 거닐었던 긴 한강 둔치의 강변도로. 그러나 이제 우리 얼굴에는 시간이 숨 쉬고 간 그늘만 아득하고, 얼굴은 주름으로 기울어져 세상이 야속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그럴 때 정말 나 언제 그대를 사랑한다 말했던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 아니겠어요, ‘칸나꽃 붉게 피어 우르르 밀려와 / 저기서 문득 멎었는데’.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참으로 곤혹스러운 물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랑을 하면서도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애를 태우기도 하고 급기야는 미워하고 원망하는 지경에 이르러 헤어지게 되는 것이 사랑의 서사(敍事)일 겁니다. 안다고 해서 결코 알 수가 없는 난제(難題)가 바로 사랑입니다. 또한 원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알 수도 없고 소유할 수도 없는 사랑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괴로워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사랑의 아픔이 무엇인지를 속속들이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극적 운명을 예감하면서도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입니다. “사랑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노랫말은 일견 통속적입니다. 그렇지만 가슴에 와닿습니다. “눈물의 씨앗이라는 비유에는 삶이 곧 사랑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사랑은 삶이라는 텃밭에 떨어진 눈물의 씨앗입니다. 고통의 시간을 지나 희망의 꽃을 피우려는 씨앗의 의지, 그것이 바로 사랑의 표정일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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