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64) : 뼈에 새긴 그 이름 / 이원규


잊지못할이름.jpg




나의 애독시(664)

 

 

뼈에 새긴 그 이름 / 이원규

 

 

그대를 보낸 뒤

내내 노심초사하였다

 

행여

이승의 마지막일지도 몰라

그저 바람이 머리칼을 스치기만 해도

갈비뼈가 어긋나고

 

마른 갈잎이 흔들리면

그 잎으로 그대의 이름을 썼다

 

청둥오리 떼를 불러다

섬진강 산 그림자에 어리는

그 이름을 지우고

벽소령 달빛으로

다시 전서체의 그 이름을 썼다

 

별자리들마저

그대의 이름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바꿔 앉는 밤

 

화엄경을 보아도

잘 모르는 활자들 속에

슬쩍

그 이름을 끼워서 읽고

폭설의 실상사 앞 들녘을 걸으면

 

발자국,

발자국들이 모여

복숭아뼈에 새긴 그 이름을

그리고 있었다

 

길이라면 어차피

아니 갈 수 없는 길이었다

 

 

 

그대를 보내는 일이 이승에서 만나는 마지막 만남일지 모르는 그런 이별이 있지요. 그래서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에도 갈비뼈가 어긋나는 것처럼 아픈 이별. 흔들리는 마른 갈잎으로 그대의 이름을 쓰고 지웠다가는 달빛으로 다시 쓰는 이름. 별자리를 올려다보고 있으면 그 위로 그대 이름자 슬그머니 나타나고, 불경을 읽다가도 활자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그 이름. 그대와 함께 아니 갈 수 없는 길을 가는 동안 뼈에 새긴 그 이름을 생각합니다.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뼈에 새긴 이름을 하나쯤은 갖고 있으리라 봅니다요. 아무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말해서도 안 되는 그런 이름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수많은 날을 번뇌로 보내고 있습니다. 잊기 위한 연습일 것입니다. 갈잎으로 이름을 썼다가 그리고는 청둥오리 떼를 보면서 지우고, 다시 달빛으로 떠나간 사람의 이름을 써봅니다. 심지어는 밤하늘의 별을 보면 별 대신에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 떠 있고 불교경전을 읽으면서도 활자들에 겹쳐지는 이름을 읽게 되고 떼놓는 발자국 하나하나가 그 사람의 이름으로 찍히곤 합니다. 그만큼 이별은 쉽지 않은 일인 것입니다. 한번 보내고 나면 이승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은 안타까움이 시인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시인의 지리산 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갖다 쓴 소재가 시적 대상과 적절히 조화를 이뤄 이미지 전달이 크게 확장된 작품입니다. 순간순간 가슴이 미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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