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독시(657) : 어머니의 아궁이 / 강성철



첨부파일





나의 애독시(657)

 

 

어머니의 아궁이 / 강성철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의 양다리가 둥글게 벌어져 간다.

휑하니 뚫린 모습이

아주 오래전, 식구들 밥상을 차리느라

군불을 지피던 둥근 아궁이를 점점 닮아간다.

 

어머니의 아궁이가, 한때는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가마솥에는 밥이 익고, 국이 끓곤 하였다.

가끔, 장에 나간 아버지가 술 냄새 풍기며

양손에 들고 온 생닭을,

가마솥에 집어넣고 연신 매운 눈물 흘리며

불을 지피던 어머니.

그날은 우리 식구들 장날이기도 했다.

밥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어머니가 뜯어주는 닭고기를 맛있게 먹곤 하였다.

어머니의 아궁이는 또한, 온갖 풍상을 발아들이며

제비새끼 같은 형제들을 뽑아내기도 하셨다.

 

그 아궁이 불씨가 조금씩 사그라지면서

형제들은 어머니의 아궁이에서 멀리 빠져나와

이제는 오십을 전후한 나이로

각각의 둥지에서 제 살기에 바쁘다.

한 아궁이에서 나온 형제들이지만, 각기 다른 모양으로

제사 때나, 경조사 때 어머니 앞에 형식적으로 모여든다.

 

아버지 가시고, 더 이상 불씨가 지펴지지 않는

어머니 아궁이가, 점점 굽어 들어가는 당신의 등처럼

양다리 사이에서 휑하니 둥글게 뚫려 있다.

둥글다는 건, 석양빛에 물든 서해안이나 산이나 바다처럼

휑하니 둥글고 서럽다는 것이다.

 


많은 시인들이 여전히 가난했던 유년 시절의 경험과 가족사의 沿革(연혁)을 중요한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지요. 이 시에서 둥글게 벌어져 가는 어머니의 양다리군불을 지피던 둥근 아궁이가 보여주는 형태의 유사성으로 의미를 발전시켜 나가지요. 이 시에서 아궁이는 의 출발점인 어머니의 자궁과 생활을 지속시켜 주는 불씨를 동시에 의미하는 것이지요. ‘그 아궁이 불씨가 조금씩 사그라지면서 / 형제들은 어머니의 아궁이에서 멀리 빠져나와 / 이제는 오십을 전후한 나이로 / 각각의 둥지에서 제 살기에 바쁘다.’ ‘어머니의 아궁이가, 한때는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 가마솥에는 밥이 익고, 국이 끓곤 하였다.’에서 그 의미를 읽어낼 수 있지요. 그리고 마지막 두 행에서 보여주는 인식의 깊이가 감동적입니다. 다시 말해 둥글다는 건, 석양빛에 물든 서해안이나 산이나 바다처럼 / 휑하니 둥글고 서럽다는 것이다.’의 표현에서 고통과 기쁨의 삶 속에서 받았던 경험이 웅숭깊습니다. 휑하니 둥글다는 건 서럽다는 느낌이 이해가 되는지요. ()





게시글이 어떠셨나요?



다른 이모티콘을 한번 더 클릭하시면 수정됩니다.

2,984개의 글

글 번호제목작성자작성일조회
2984서건석06:112
2983서건석26.04.217
2982모하비26.04.2017
2981서건석26.04.207
2980서건석26.04.1915
2979서건석26.04.1816
2978서건석26.04.1727
2977서건석26.04.1622
2976서건석26.04.1519
2975서건석26.04.1417
2974모하비26.04.1340
2973서건석26.04.1318
2972서건석26.04.1217
2971서건석26.04.1125
2970서건석26.04.1019
2969서건석26.04.0921
2968서건석26.04.0826
2967서건석26.04.0724
2966모하비26.04.0633
2965서건석26.04.0620
2964서건석26.04.0527
2963서건석26.04.0426
2962서건석26.04.0322
2961서건석26.04.0225
2960서건석26.04.0131
2959서건석26.03.3130
2958모하비26.03.3045
2957서건석26.03.3022
2956서건석26.03.2927
2955편영범26.03.2850
2954서건석26.03.2828
2953서건석26.03.2729
2952서건석26.03.2645
2951서건석26.03.2536
2950서건석26.03.2436
2949모하비26.03.2346
2948서건석26.03.2324
2947서건석26.03.2234
2946서건석26.03.2120
2945서건석26.03.2033
2944서건석26.03.1929
2943서건석26.03.1823
2942서건석26.03.1736
2941서건석26.03.1633
2940서건석26.03.1525
2939서건석26.03.1431
2938서건석26.03.1339
2937모하비26.03.1257
2936서건석26.03.1229
2935서건석26.03.1128
2934서건석26.03.1034
2933서건석26.03.0934
2932서건석26.03.0828
2931서건석26.03.0728
2930서건석26.03.0635
2929서건석26.03.0531
2928서건석26.03.0427
2927서건석26.03.0341
2926서건석26.03.0227
2925서건석26.03.0134
2924서건석26.03.0132
2923서건석26.02.2839
2922서건석26.02.2832
2921편영범26.02.2845
2920편영범26.02.2859
2919서건석26.02.2560
2918서건석26.02.2444
2917서건석26.02.2330
2916모하비26.02.2254
2915서건석26.02.2234
2914서건석26.02.2130
2913서건석26.02.2032
2912서건석26.02.1931
2911서건석26.02.1833
2910서건석26.02.1746
2909모하비26.02.1649
2908서건석26.02.1651
2907서건석26.02.1531
2906서건석26.02.1447
2905서건석26.02.1335
2904서건석26.02.1243
2903서건석26.02.1153
2902서건석26.02.1045
2901모하비26.02.0968
2900서건석26.02.0966
2899서건석26.02.0835
2898서건석26.02.0747
2897서건석26.02.0637
2896서건석26.02.0543
2895서건석26.02.0436
2894서건석26.02.0345
2893모하비26.02.0272
2892서건석26.02.0246
2891서건석26.02.0145
2890편영범26.01.3170
2889편영범26.01.3177
2888서건석26.01.3133
2887서건석26.01.3042
2886서건석26.01.2942
2885서건석26.01.2850
화살표TOP